"손흥민은 고개 숙였는데"…클린스만 함박 웃음, 엿 날아왔다

김소연 2024. 2. 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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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귀국 현장에 엿이 날아다니고 욕설까지 나오며 실망과 반감이 터져 나왔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을 마치고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각 소속팀으로 곧장 돌아갔고, 이날 인천공항으로는 선수 13명과 클린스만 등 코치진이 들어왔다.

한국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란 평가를 받으며 64년 만에 아시안 컵 우승을 도전했다. 하지만 별다른 전술 없이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지하는 경기 내용으로 클린스만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특히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진 후에는 축구 팬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약금을 주고라도 해임하라"며 "단 그 위약금은 잘못 계약한 축구협회장이 물어내라"고 적었다.

특히 요르단은 피파(FIFA) 랭킹 87위로 23위인 한국보다 한참 아래다. 한국이 요르단을 상대로 패배한 건 2004년 7월 대결 이후 처음이었다. 여기에 클린스만의 연봉이 220만 달러(한화 약 29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현재 2년 반 정도의 임기를 남겨둔 클린스만을 해임할 경우 축구협회가 물어줘야 할 위약금은 60억원 안팎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졌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던 중 웃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입국장엔 300여명의 축구 팬이 클린스만을 기다렸는데, 이들은 "이게 축구냐", "집에 가"라고 소리쳤다. 작은 엿들이 클린스만 근처로 날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매체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아시안컵은 실패가 아니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클린스만은 "나도 팬 여러분들만큼 우승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요르단과 경기에서 패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진 결과를 가져오고 좋은 경기로 보답하지 않았느냐"며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오를 충분한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고 발언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대회 4강에 진출했고 실패라고 할 수 없다"며 "중동에서 대회를 하다 보니 동아시아팀들이 중동팀을 상대로 고생했다. 그래도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클린스만은 '2019년 아시안컵에선 8강에서 탈락했는데도 여론이 이 정도로 악화되진 않았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희노애락들이 있다. 우리가 사우디, 호주전에선 극적인 승부를 거둬서 행복하지 않았냐"며 "대회에서 패배하면 여론이 뒤집힐 수밖에 없고, 좀 더 극단적인 발언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클린스만의 인터뷰 후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아시안컵 내내 부진한 경기력과 클린스만의 전술을 엿볼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반성이나 언급 없이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클린스만의 미소에 "가장 열심히 뛴 주장인 손흥민은 고개숙이고 눈물 흘렸는데, 웃고있냐"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은 요르단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도 "죄송하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했다. 그는 "많은 선수의 희생, 헌신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원하는 성적을 가져오지 못해서 너무나도 선수들한테 미안하고 또 저희 팬분들한테 또 대한민국 국민분들한테 너무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또 지난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분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 대회를 치르면서 온통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어졌다"며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의 메시지에 팬들은 "최선을 다했기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를 응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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