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사 스테이지엑스, SK·KT·LG 독과점 깨는 ‘메기’ 될까

박지영 기자 2024. 2. 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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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통신사” 포부 밝혀…‘준비 안된 메기 같다’ 평가도
서상원 스테이지엑스(STAGE X)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스테이지엑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언론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용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은 스테이지엑스(STAGE X)가 “4번째 통신사가 아니라, 통신을 혁신하는 딥테크 통신사” 포부를 드러냈다. 업계에선 스테이지엑스가 파격적인 요금제 설계 등으로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메기’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이동통신 사업자 하나 늘어나는 것에 그칠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0여년 만에 새 이동통신 사업자로 등장한 스테이지엑스가 내놓은 사업 전략은 소비자 눈높이에서의 ‘파격적인’ 요금제 설계와 초고속·초저지연 ‘리얼 5세대 이동통신’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지난 7일 가진 미디어브리핑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생각하는 고객 중심의 요금제란 고객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라며 “복잡한 유통 구조와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파격적인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28㎓ 대역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스마트폰) 확보 계획도 내놨다. 서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해, 북미 지역에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및 애플 아이폰에 28㎓ 대역 주파수 지원 기능을 추가해 국내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하고, 대만 폭스콘과 협력해 스테이지엑스 전용 단말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공연장·병원·학교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28㎓ 대역 주파수로 핫스팟 형태 통신망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외 지역 이동통신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사 이동통신망을 빌려(로밍해) 제공한다. 이어 중저대역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해 자체 전국 망 구축에 나선다는 게 스테이지엑스의 목표다. 스테이지엑스는 “서비스 개시 3년 뒤 연간 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흑자전환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 계열 알뜰폰 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와 신한투자증권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지난달 진행된 5세대 이동통신용 28㎓ 대역 주파수 할당 경매에서 최종 입찰가로 4301억원을 써내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낙찰가의 10%를 납부하면, 할당받은 주파수로 이동통신망을 구축해 서비스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28㎓ 대역 주파수 할당 대가 가운데 나머지는 5년에 걸쳐 분납한다.

업계 예상을 크게 웃도는 주파수 낙찰가에 스테이지엑스의 재무건전성과 통신망 구축 투자 여력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대가 4301억원과 다른 이동통신사 네트워크 로밍을 위한 코어망 구축비 1827억원 등 총 6128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이동통신사 망을 로밍해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전략과 비용 계획 등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스테이지엑스가 내놓은 사업계획만 보면 ‘준비 안 된 메기’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앞서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는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았다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망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주파수 할당 조건을 지키지 않아 회수당했다. 28㎓ 대역 주파수는 이동통신용으로 많이 활용 중인 중저주파 대역 주파수에 견줘 데이터 전송 속도 등에선 앞서지만, 강한 직진성 탓에 전파 도달 거리가 짧다는 기술적 특징을 갖고 있다. 서비스 범위(커버리지)를 넓히려면 기지국과 중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설치해야 해, 투자비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 “내년 상반기 전국 서비스 시작에 맞춰 유상증자로 2천억원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28㎓ 대역 주파수 기반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 준비와 관련해 “면밀히 지켜보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과기정통부의 ‘28㎓ 대역 주파수 경매 후속 조치 브리핑’에서 김경우 전파정책기획과장은 “신규 사업자의 재무적 부담 증가로 28㎓ 대역 주파수 기반 이동통신 사업의 경제성과 망 투자, 그리고 사업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결과는 사업자들이 경매에 참여할 때 이미 밀봉입찰까지 고려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향후 사업성과 재무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인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신규 사업자의 망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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