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즈 하드』 키어런 세티야 “삶은 고통의 바다⋯먼저 고난의 현실을 인정하라” [김용출의 한권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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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북동부 산업도시 헐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젊은 시절 철학을 비롯해 형이상학의 추상적 이론을 좋아했다.
그에게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난해한 문제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법을 배워서 논쟁의 달인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인간은 거짓된 삶을 살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며 일종의 기분 또는 주관적인 감정인 행복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컨대, 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고난에 대한 철학적 위로를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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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북동부 산업도시 헐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젊은 시절 철학을 비롯해 형이상학의 추상적 이론을 좋아했다. 그에게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난해한 문제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법을 배워서 논쟁의 달인이 되는 일이었다. 철학은 삶에서 동떨어진, 일종의 일상으로부터 도피였다.
철학은 과연 우리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국 MIT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 『라이프 이즈 하드』(연아람 옮김, 민음사)에서 논거와 사고 실험, 철학적 이론에 기반을 두더라도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철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인간이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철학적 해답을 시도한다.
저자는 질병, 외로움, 상실의 고통, 실패, 부조리 등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시련이 있다며, 인간이 살아가면서 시련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결코 고난이나 시련에 좌절하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삶이 고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경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진실만이 유일한 수단이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30쪽)
저자는 질병과 외로움, 슬픔, 개인적인 실패와 같은 일상적인 고난부터 불평등이나 부조리와 같은 사회 구조가 야기하는 시련까지 인간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범주의 고통을 차례로 검토하고 철학적 논의를 살핀다. 이를 통해서 육체의 쇠약을 시작으로 사랑과 상실, 사회 구조에 관해 논의한 뒤 ‘나머지 우주 전체’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갖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행복하다’와 ‘잘 산다’는 말이 결코 동의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행복’과 ‘잘 산다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거짓된 삶을 살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며 일종의 기분 또는 주관적인 감정인 행복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랑하는 이가 영원히 홀로 커다란 탱크에 갇혀 가짜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진실은 우리가 행복이 아니라 가능한 한 잘 사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은 감정이나 기분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29쪽)
저자는 특히 사람들이 삶을 하나의 서사로 보는 관점에서 단순하게 실패와 성공의 순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 풍조에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은 성패의 문제가 됐고 점점 더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을 추구해야 하며, 결과와 과정 둘 다 중요하다.”(235쪽)
복잡한 현대, 고된 인생. 요컨대, 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고난에 대한 철학적 위로를 줄지도. 특히 지금 현재 삶의 비를, 아니 폭우나 홍수를 맞고 있는 이들에겐 더욱. “철학에 위안이 있다면, 그것은 슬픔을 없애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올바르게 슬퍼하는 방법을 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상실의 슬픔에는 이유가 있다⋯목표는 슬픔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잘 슬퍼하는 것이다.”(151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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