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40명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마이클 잭슨,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신디 로퍼, 다이애나 로스, 폴 사이먼, 티나 터너, 레이 찰스…. 한 명을 만나기도 힘든 최고의 팝스타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한 날이 있었습니다. 1985년 1월 28일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The Greatest Night in Pop)은 역사적인 노래 ‘위 아 더 월드’( We are the world) 녹음 현장으로 시청자를 초대합니다.
1984년 아일랜드 뮤지션 밥 겔도프가 U2의 보노, 듀란듀란, 조지 마이클, 스팅 등을 모아 에티오피아 대기근을 알리는 프로젝트 밴드 ‘밴드 에이드’를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흑인 뮤지션들 사이에도 각성이 일었습니다. 대중음악이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각이었습니다. ‘(미국) 흑인이 (아프리카) 흑인을 돕자’는 대의를 내세웠습니다. ‘엔드리스 러브’ ‘헬로’ 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라이오넬 리치는 ‘마당발’처럼 보입니다. 리치는 마침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사회자로 선정됐는데, 많은 뮤지션들이 모이는 그날 밤 시상식 직후가 ‘거사일’로 정해집니다. 리치의 작사·작곡 파트너로는 20세기 대중음악의 전설 마이클 잭슨이 나섭니다. ‘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칠드런’ 등 곡의 핵심 가사는 모두 잭슨의 아이디어였다고 리치는 인터뷰에서 말합니다. 잭슨 못지않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다단계 영업 당하듯 섭외됩니다. 잭슨과 리치는 송라이팅에 전념합니다. 리치는 “이 사람들을 모아 녹음하려면 반드시 명곡이 준비됐어야 했다”며 당시의 압박감을 돌아봅니다. 악기를 다루지 않았던 잭슨이 허밍으로 곡을 쌓아 올려 작곡하는 희귀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프로듀서로는 퀸시 존스가 낙점됩니다. 프로듀싱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인물이지만, 톱스타 40여명의 합창, 솔로를 조율한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죠. 곡의 음역대와 분위기에 따라 최적의 뮤지션에게 솔로 파트를 배분하는 일이 시작됩니다. 모든 뮤지션이 솔로 파트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난점이었죠.
이름값 높은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보니 은근한 자존심 경쟁도 벌어집니다. 존스는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세요”라고 써 붙여 두었지만, 스타들의 에고가 숨죽이고 있을 리 없습니다. 뮤지션들은 녹음 도중 좋게 말하면 개성적인, 나쁘게 말하면 돌발적인 행동을 잇달아 벌입니다. 스티비 원더는 갑자기 가사 일부분을 스와힐리어로 부르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신디 로퍼는 AMA 시상식 도중 “피곤해서 녹음 하러 가지 않겠다”고 말해 리치를 난감하게 합니다. 녹음 참여 여부를 두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프린스를 밤새 기다리며 그의 파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숙고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작업하는데 익숙한 밥 딜런은 자신의 파트 녹음 차례가 오자 당황한 기색을 보입니다. 결국 스티비 원더가 딜런 모창을 하면서 ‘보컬 코치’ 역할을 하는 진귀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전날 미국 투어를 마친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목 상태가 최악입니다. 스프링스틴은 악조건 속에서도 ‘성대에 유리가 박힌 듯한’ 처절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데 성공합니다. 녹음 틈틈이 와인을 마신 알 재로는 만취해 자신의 대목을 좀처럼 기억하지 못합니다. 당시 분위기는 마치 “유치원에 처음 간 날 같았다”고 묘사됩니다.
스타들이 자존심 대결만 한 건 아닙니다. 이들은 화려한 음악인이기 이전, 순진한 음악팬이기도 했습니다. 다이애나 로스가 대릴 홀에게 다가가 “팬인데 악보에 사인해 주실래요?”라고 말한 걸 시작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사인을 받으며 팬심을 드러냅니다. 신디 로퍼는 라이오넬 리치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게 사인을 청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침이 다가오고 녹음이 끝납니다. 다이애나 로스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어요”라고 말합니다. 라이오넬 리치는 “그 하룻밤은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하며 눈가를 닦습니다.
1985년 3월 전세계에서 동시에 공개된 노래는 곧바로 각종 차트를 석권하고 아프리카 기아 문제에 관한 관심을 환기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예술은 사회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마이클 잭슨, 레이 찰스, 알 재로, 티나 터너는 고인이 됐지만, ‘위 아 더 월드’의 유산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선글라스’ 지수 ★★★★★ 눈부신 스타들의 집합
‘인류애 충전’ 지수 ★★★★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선행할 수 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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