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괴롭히는'번아웃' 극복하려면

일상생활과 업무 일체화 등 원인…경쟁없는 '자유로운 취미활동' 도움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 직업 관련 증상으로 정의할 만큼 현대인들에게 흔한 증상이다.

직장인들이 생업을 잠시 멈추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설 연휴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 연휴를 맞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번아웃 대처법을 알아봤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번아웃은 매우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증후군이다. 과학 작가 데이비드 롭슨과 번아웃 관리 전문 코치인 안나 샤프너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번아웃에 대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또는 일하는 조직에 대해 더 냉소적인 태도와 결합해 에너지와 업무효율이 감소하는 직업적 병폐"라고 말했다.

번아웃을 겪는 사람들은 '완전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신체가 거부하게 된다. 심각한 번아웃을 겪은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상태로부터 회복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일부는 직업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한다.

번아웃을 겪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경쟁적인 노동 문화가 지목된다. 노동의 본래 가치가 돼야 할 자아실현이나 목적의식은 희미해졌다는 이야기다.

일상생활과 업무의 경계선이 희미해진 생활환경도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메신저와 항상 연결된 현대인은 업무 외 시간에도 업무의 끈을 완전히 놓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현대인은 업무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앞선 연구에선 번아웃의 다양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이를 일으키는 상위 6가지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자율성, 적절하지 못한 보상, 직장 동료와의 불화, 업무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의 불일치 등을 꼽았다.

번아웃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이러한 원인을 전략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먼저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한다. 우리가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비현실적인 목표를 내려두고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해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부정적인 언어는 우리의 에너지를 내부에서부터 고갈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번아웃의 시작인 스트레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큰 스트레스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이 스트레스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차근차근 수립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번아웃에서 주위를 환기하기 위해선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취미 활동은 경쟁이나 정신적인 소모가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행동'이어야 한다. 성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난 활동이 돼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샤프너 코치는 "업무는 우리가 가진 전부가 아니며,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볼 때 비로소 삶의 여백을 바라볼 수 있다"며 "삶에서 의미와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을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