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단골 견과류의 '재발견'…장내미생물 촉진에도 효과

통에 담겨 있는 견과류. 게티이미지뱅크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견과류는 명절 선물의 단골손님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이기도 한 견과류에는 각종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다. 비타민 A와 B는 물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필수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그리고 트립토판과 아미노산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견과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학계에선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견과류의 재배 장소나 시기에 따라 담긴 영양성분의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장내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9일 학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저널들에는 견과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힌 논문들이 발표됐다.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농림식품화학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견과류는 재배된 지역에 따라 영양소 구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7개국에서 재배된 호두를 구별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안정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며 계속 붕괴하는 방사성동위원소와 달리 안정된 상태에 놓여있는 동위원소다.

분석 결과 미국과 중국에서 재배된 호두 사이에선 뚜렷한 차이점이 발견됐다. 함유된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양이 달랐다. 지방산은 지방의 주 구성원이며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다. 둘 다 신체가 활동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하면 작물의 지리적 기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견과류의 수확 시기가 영양 함량은 물론 질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ACS식품과학기술’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품종별 견과류를 2년 주기로 분석한 결과 품종이나 성장 조건, 수확 연도는 견과류의 영양성분과 질감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견과류 알맹이의 질감을 비롯해 견과류에 함유된 비타민을 이동시키는 조지방, 지방산, 폴리페놀 양을 분석한 결과 같은 품종의 견과류라도 수확한 연도에 따라 함유량 등의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다만 견과류의 품종보다는 수확 시기가 영양 구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견과류의 효능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주목된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견과류에 담긴 식이섬유는 장내미생물의 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미생물은 인체 내 대사물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체계, 대사작용, 신경계 등 다양한 생리작용에 영향을 줘 '제2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6월 ‘농림식품화학회보’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견과류는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내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식이섬유와, 화합물인 부티레이트가 모두 장내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티레이트는 장내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식이섬유로부터 생성되는 단쇄 지방산(SCFA) 중 하나다.

견과류 중 식이섬유 함량이 가장 높은 견과류는 피스타치오였지만 부티레이트가 가장 많이 생성된 견과류는 캐슈넛이었다. 연구팀은 식이섬유의 함량과 부티레이트의 생성량이 모두 공통적으로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