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IPO 달려든 글로벌 '큰손'들···'쪼개기 상장' 논란 가열
주관사 참여 염두···4조원 이상 조달
개미는 반발···정부 '밸류업'도 흔들
증권가 "미래사업 투자로 외려 호재"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이 올해 말 현지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5개사가 주관사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핵심 시장 사업부를 분할해 주가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상당수 투자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JP모건을 비롯한 5개 글로벌 IB는 지난주 서울 양재동 현대차(005380) 본사에서 경영진에게 인도 법인 현지 상장 자문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이들은 현대차 인도 법인이 본격적으로 IPO 추진 작업에 들어갈 경우 주관사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감안해 PT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IB는 대부분 미국계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인도나 한국 증권사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증권 업계의 자본력이 현대차 인도 법인 조달 자금을 감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데다 한국 증권사들의 경우 인도 IPO 주관과 관련한 인가도 갖추고 있지 못한 탓이다.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증시 상장 과정에서 250억~300억 달러(약 33조 3400억~40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뒤 주식 일부를 상장해 최소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주식시장에서 조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현대차·기아(000270)·현대모비스(012330)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으로 상향한 점도 인도 IPO 추진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무디스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2년 만이다. 현대차 인도 법인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는 인도 시장 역대 최대의 주식 공모 사례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지난 7일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자회사 상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상시적으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내용의 해명 공시를 냈다.
현대차가 인도 법인 IPO 추진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각종 증권 게시판에서는 “또 쪼개기 상장 아니냐”는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일반적으로 특정 상장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부가 분할돼 따로 상장할 경우 기존 모회사의 투자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차는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맞물려 대표적인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분류돼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탄 회사다. 자칫 시장에 ‘현대차조차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다’는 신호를 줄 경우 정부 정책에는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반해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얻은 자금을 미래 사업에 투입할 수 있어 인도 법인 상장이 외려 자동차주 전반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인도 법인의 가치는 220억~280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구주 매출 물량은 15~20%”라며 “현대차가 현금 33억~56억 달러를 확보해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투자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 기아와 협력사의 인도 공장 가치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현대차는 1996년 인도 법인을 설립해 1998년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 ‘쌍트로’를 양산하며 현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첸나이에 제1·2 공장이 있고 중부 아난타푸르에는 기아 공장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두 회사를 합산한 인도 시장점유율은 21.3%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BSE)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1년간 18.74% 올라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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