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단기 임대 플랫폼, 작지만 1등 전략
1인 가구 증가 등 시장변화에 착안
스페이스브이는 단기 부동산 임대 계약 플랫폼 '삼삼엠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박형준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을 5년가량 직접 경험하면서 국내 시장에 단기 임대만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중순 법인을 설립하고 2019년 12월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1년간 성사된 계약 건수는 고작 126건에 불과했다. 오프라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장이 작더라도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를 공략하자는 전략이었으나 처음부터 통한 건 아니었다. 차근차근 역량을 쌓으면서 지난해 말 월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박 대표를 만나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단기 임대 플랫폼이 없어? 내가 한다
박 대표는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에 입사해 방재연구소 연구원으로 4년 정도 일했다. 보험에 가입하는 자산의 가치와 해당 자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평가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표는 "돈을 덜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좀 더 재밌는 것 같다"며 "직원들과 함께 사업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것은 힘들어도 재밌다"고 했다.
박 대표는 소개팅 앱 관련 사업을 하던 2명을 설득해 2018년 스페이스브이 공동 창업에 나서게 된다. 단기 임대 플랫폼 분야에서 창업한 이유는 박 대표가 삼성화재 퇴사 이후 부동산 중개업을 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서울 강남을 제외하면 단기 임대를 공급해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며 "그렇다면 강남이 아닌 곳에서 단기 임대를 공급할 주인을 찾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면 계약이 편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회상했다. 스페이스브이에 투자한 대교인베스트먼트의 한 임원도 단기 임대가 필요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영업에 나섰다. 온라인에서 매물을 찾아 연락하고, 오프라인에서 전단지도 돌렸다. 그는 "대학가에 가서 임대 문의가 있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한 집 한 집을 만나 설득했다"고 했다. 2019년 12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2년가량은 어려움이 지속됐다. 박 대표는 "많이 힘들었다. 2020년부터 1년간 집계한 계약 건수는 126건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쯤하면 시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내부에선 한참 유행 중인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사업도 해보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박 대표도 "VC(벤처캐피탈)들이 항상 하는 질문도 시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이라며 "실제로 국내에서 단기 임대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이유는 부동산 소유자들이 임대 소득보다는 양도차익에 관심이 많고, 대부분 계약이 1~2년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요는 있다…곧 열린다 '확신'
수요는 분명히 있다는 게 박 대표의 확신이다. 그는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1인가구가 대세가 될 정도로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업무와 학업 관련 이동이 잦아지는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기에 수요 걱정은 안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 규모는 2022년 750만가구를 넘었고, 이는 전체의 34.5%에 달한다.
박 대표는 "국내에선 아직 수면 아래의 시장인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구조의 변화를 보면 지속가능한 시장"이라고 자신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대형 부동산 플랫폼 대비 경쟁력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대형 플랫폼이 부동산 매물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며 성장했다면, 스페이스브이는 단기 임대에 집중해 앱에서 직접 계약을 체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집주인과 세입자 등 거래 당사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계약대로 이행되지 않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대금을 지급하고, 문제없이 퇴거가 완료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구조를 갖췄다.
박 대표는 "아직까진 이런 계약 시스템이 활성화된 플랫폼은 없으니 우리가 퍼스트 무버라고 할 수 있다"며 "규모나 기술보다는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진정성과 그러한 경험이 쌓이고 있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월거래액은 33억원으로 전년 8억원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했다. 월 손익분기점(BEP)도 달성했다. 글로벌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외국으로 떠나는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다.
중장기적 목표는 소박하지만 야심 차다. 그는 "직방이나 다방 같은 모델이 우리의 미래는 아니다"라며 "작은 영역에서 1등을 하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단기 부동산 임대 시장에서 불편함이나 부작용을 해결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재무적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달성으로 잡았다. 그는 "규모가 작을 때는 달려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래서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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