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버린 자식이었는데"…크라임씬, OTT 타고 부활
박지윤 전시즌 함께…주현영·안유진 합류
"박지윤 없는 크라임씬 상상불가"
제작비 5배↑ "촌스러운맛 그대로"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윤현준 PD는 '크라임씬'을 자식에 비유했다. 연출자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 "크라임씬은 버리는 자식이었다"고 돌아봤다. JTBC에서 시즌1~시즌3(2014~2017)를 방송해 추리 예능물 팬덤을 형성했지만, 시청률은 0~1%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그쳤다. 7년 만에 티빙과 손잡고 시즌4인 '크라임씬 리턴즈'를 선보이는데, "갑자기 (자식이) 어딘가에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와 '내가 다시 한 번 잘 키워볼게'라는 심정"이라고 했다.
"JTBC에서 할 때는 뿌듯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TV에서 하면 안 되는 구나' 싶어서 그 뒤에 대중적인 예능을 만들었다. 항상 마음 속에 아쉬움은 있었다. 시청률은 그 정도지만, 훨씬 많은 팬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채널에 있을 때는 그걸 무기로 다음 시즌을 이어갈 순 없다. '이런 프로그램은 안 할거야'라고 마음 속에 묻어뒀는데, 방송 환경이 변하고 프로그램을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겨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에 팬들이 많이 생겨난 것도 신기하다."
크라임씬은 출연자들이 살인 사건 용의자인 동시에 탐정이 돼 범인을 밝히는 콘셉트의 추리쇼다. 총 5개 에피소드로 구성, 10회로 나눠 선보일 예정이다. 윤 PD는 다시 크라임씬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티빙이 먼저 제안했다며 "OTT가 생기면서 '크라임씬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OTT라면 방송 채널과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크라임씬은 OTT에 잘 맞다며 "나라도 TV로 안 봤을 것 같다. 다시 보면서 깨닫고 생각해야 하는데, 본방으로 쓱 지나가지 않느냐. OTT로 가니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7년 만에 돌아오니 변화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아나운서 박지윤(44)은 전 시즌 함께 하게 됐다. 영화감독 장진(52)은 시즌2·3, 개그맨 장동민(44)은 시즌2에 이어 합류했다. 게스트는 없으며 배우 주현영(28)과 그룹 '아이브' 안유진(20), '샤이니' 키(32)가 새 멤버로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더 반갑게 기존 멤버로 할까 생각했다. 창작하는 사람이라서 그대로는 못 하겠더라. 반 정도 새로운 인물을 투입했는데, 굉장히 위도한 시도라는 건 알고 있다"며 "기존 멤버 중에서 걸러냈다고 하면 좀 슬프다. 그런 건 아니다. 3명 정도는 크라임씬을 대표하는 분들이어야 했다.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을 때 좀 더 잘 놀아줄 사람은 누굴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윤을 빼놓고 크라임씬을 생각할 수 없다. 제작진만 신뢰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다들 원한다고 생각했다. '박지윤이 없는 크라임씬은 상상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7년 만에 돌아오는데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일단 지윤이는 추리를 굉장히 잘 하면서 진행이 된다. 아나운서 출신이라서 정갈한 진행을 하고, 추리할 때 너무나 거친 게 장점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말도 가리지 않고 플레이 해 굉장히 필요하다. 나도 크라임씬 하면 지윤이를 제일 먼저 생각했을 정도다."
주현영과 안유진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주현영씨는 여러분도 알겠지만, 후보를 정할 때 항상 거론할 수밖에 없다. 요즘 가장 핫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신동엽씨를 버금간다"며 "처음에 제안했을 때 '사실 뭐를 캐내는 데 관심없는 성격인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더라. 만나서 인터뷰하는데 역시나 잘할 것 같았다. 그 판단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연기를 잘해서 가끔 소름 돋는다"며 "저렇게 까지 안 해도 되는데, 스스로 빠져들어서 플레이 하더라. 추리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지점을 다 짚는다. 범인을 할 때 제일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시즌2의 그룹 'EXID' 출신 하니(31)처럼 톡톡 튀는 매력을 발휘할 멤버도 필요했다며 "유진이가 tvN '뿅뿅 지구오락실' 할 때 유심히 봤다. '안유지니어스'로 불렸는데, 정말 똘똘하다"고 귀띔했다. "어디에 꽂혔을 때 틀렸을 지라도 엄청 집요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그 나이 답지 않은 당참이 있다. 자기보다 배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장진 감독님도 개의치 않고 역할에 몰입하더라"고 했다.
기존 시즌보다 제작비는 5배 이상 늘었다. 스케일이 커지고 스토리도 방대해졌지만, 크라임씬만의 시그니처인 촌스러운 맛은 그대로 살렸다. "재정적 여유가 생겨서 더미를 찾고, 시체 만드는 작업 등을 재미있게 했다. 크라임씬은 촌스러운 맛이 있어서 그렇게 돈을 많이 쓸 이유는 없었다"며 "사진 합성도 확실히 발전했지만, 촌스러움을 없애지는 않았다. 예전엔 말도 안됐다. 그냥 얼굴을 얹어 놓았는데,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기술도 지금보다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시즌2의) '미인대회 살인사건'을 최고 에피소드로 꼽는데, 제작진은 잘 될 줄 전혀 몰랐다. 너무 짧게 끝나서 망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진호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고 하면서 조금 길어졌지만, 현장에서 사실 '어떡하지?' 싶었다. 편집하고 나니 어떻게 보면 한 포인트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시리즈가 됐다. 결국 최선을 다해 짜지만. 대박은 현장에 있고 반응은 시청자들이 해주는 거다."
시즌4 관전 포인트도 짚었다. '기존 멤버들은 여전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을 것이라며 "새 멤버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처음엔 어색해 했는데 금방 페이스를 찾았다.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했는데, 스케일이 얼마나 커졌고 스토리는 얼마나 밀도 있는지 봐달라"고 청했다. "방송에 다 담지 못한 깨알 같은 것을 스스로 찾아내는 게 재미있다"며 "나만의 '뇌피셜' 일 수 있지만, 리턴즈가 잘돼서 나중에 해설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새 시즌은) 7년 보다 빨리 돌아오든지, 반응이 안 좋으면 굳이 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잘 돼서 돌아오면 '다음에 또 뭘 하지?' 싶은데,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설레임보다 '어떻게 볼까?'라는 두려움이 더 크다.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 같다. '역시 크라임씬 돌아왔네. 고생했네. 5개 에피소드라도 이 정도면 괜찮네. 다음 시즌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주면, 1년 넘게 고생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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