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3천t급 重잠수함, 사우디 등 중동·남미 수출 성사될까[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등 중남미 노후 잠수함 대체
북한 김군옥영웅함 기형적인 ‘바다의 경운기’…러와 기술협력할 듯
2022년 여름 이후 K-방산은 지상군 무기체계와 전투기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나 해군 무기체계는 아직 이렇다 할 수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군 무기체계는 잠수함과 호위함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의 동남아 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는 있었으나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더 먼 곳까지 진출하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해군 무기체계는 아직 서유럽 국가들이 선점하고 있다. 이들이 이미 상당수의 물량을 가져가고 있어 우리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2~3척을 도입하려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과 10척을 필요로 하는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으로 새로운 판로가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 WDS 2024에 10대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이 참가했다. 특히 한화오션이 참가했는데, 주력 전시품목으로 잠수함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이 처음으로 잠수함 도입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해군은 날로 증가하는 이란 해군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서 4척의 잠수함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제안하는 잠수함 모델은 인도 등에 제안했던 2000t급 뿐만 아니라 3000t급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이 도입중인 3000t급의 장보고 Ⅲ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800km의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이 들어가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건조에 착수해 2031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3600t급 장보고Ⅲ 배치-Ⅱ 3번함의 경우 잠수함발산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VLS)이 기존 6개에서 10여 개로 늘어나는 등 무장력이 강화될 예정이다.
사우디는 비공식적으로 이미 1990년대 중국에서 중거리탄도탄을 도입한 적이 있다. 사우디 해군이 사정거리 800km의 단거리 탄도탄을 탑재할 수 있는 장보고 Ⅲ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오션은 사우디 해군의 잠수함 도입사업 이외에도 중남미의 노후화한 독일제 209급 잠수함들 대체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209급 잠수함 보유국은 14개국으로 모두 50여 척 규모이다. 14개국 중에서 중남미의 209급 운용국은 7개국으로 20척이 몰려 있다. 중남미의 209급 잠수함들은 대부분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사이에 집중 도입해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라 추가 사업이 필요하다.
한화오션 측이 가장 먼저 접근하는 국가는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칠레도 수출 대상국으로 알려져 있다.
재래식추진기관(디젤)잠수함 보유국은 42개국이며 원자력추진기관잠수함만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다.
러시아, 중국, 인도는 원자력추진기관잠수함과 재래식추진기관잠수함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핵탄두 장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원자력추진기관으로 움직이는 SSBN 보유국은 기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에 이어 인도가 합류했다. 이들 6개국은 원자력추진기관에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주력으로 장착하는 공격원잠 SSN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이 도입 중인 장보고 Ⅲ의 도산 안창호급은 3000t급의 재래식추진기관잠수함이면서 재래식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800km의 단거리탄도탄을 탑재한 특이한 존재이다.
분류 형식은 SSB 이며 현재 실전 배치된 유일한 재래식추진기관 재래식탄도탄 잠수함이다.
잠수함 시장에서 당분간 상당히 특별한 존재로 인기도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폴란드 해군 역시 최소한의 잠수함 전력으로 강력한 타격력을 보유한 장보고 Ⅲ 잠수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3000t급 김군옥영웅함 1척을 건조해 우리 뒤를 쫓아 오고 있지만 태생의 한계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 기술의 디젤잠수함 보유국 독일의 214급을 확대 발전시킨 국산 모델인 데 비해, 북한은 1950년대 설계한 로미오급을 개량해, 길이를 늘렸기 때문에 안정성에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북한은 3000t급 추정 ‘김군옥영웅함’(제841호)이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기존 로미오급(1800t급) 등을 같은 형태의 공격형으로 개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과 잠수함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로 개발한 디젤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이 잠수함 통례를 깬 기형적 설계 탓에 제대로 운항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에 진수한 표준형은 ‘북극성’ 계열 중거리 SLBM 발사관 4개와 미니 SLBM·SLCM(전략순항미사일) 등을 쏠 수 있는 소형 발사관 6개를 탑재했다. 이번 신형 잠수함은 기존 로미오급 선체를 기본 토대로 함교 인근에 수직발사관 체계를 새로 설치하고 중형급으로 톤수를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폭은 그대로인데 함교 크기와 길이(전장)가 커지는 등 기형적인 형상이 됐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해군작전 전문가인 브라이언 클락 선임연구원은 9일(한국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한미 정보자산에 쉽게 탐지될 것"이라며 "이동식 발사대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운행 시 소음이 커 한미에 쉽게 발견되며 먼바다에 나가지도 못할 것"이라며 ‘바다의 경운기’에 비유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김군옥 영웅함은 통상적 관례에 따르면 잠수함진수식 후 6개월∼1년 간의 시운전 기간을 거쳐 안정성이 확보된 뒤에야 수중 무장발사 시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폭(직경)은 그대로 두고 길이(전장)만 늘이다 보니 길이 대 폭 비율인 ‘장폭비’가 9대 1을 넘어서 수중 기동성과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잠수함기술 등 군사협력이 확대되고 있어 이란을 경유한 킬로급 잠수함 기술이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킬로급 설계를 기반으로 한 3000t급 북한산 잠수함이 등장하면 남북한의 탄도탄 탑재 잠수함 경쟁은 본격적으로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반대로 이란은 사우디 해군의 잠수함을 견제하기 위해서 북한이 건조한 탄도탄 탑재 잠수함 건조기술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해역과 중동 해역에서 한국-사우디, 북한-이란의 잠수함 건조·개발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셈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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