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착취 후 女종업원 고르라고…” 中 체류 북한 노동자의 폭로

문지연 기자 2024. 2. 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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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5일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단둥시에서 공장으로 출근하는 북한 노동자들. /공공부문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숙소에 감금당한 채 비상식적인 근무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7일(현지시각) 일부 북한 노동자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BBC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는 한 북한 노동자 A씨가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1년 이상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인했다며, 그 안에는 “북한이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착취해 주 6일, 하루 12~14시간씩 일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미국과 유럽 고객들을 위해 밤새워 일하는데 이로 인해 만성적인 불면증 등 여러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때는 급여의 15~20%를 직접 지급받았으나 2020년 들어 완전 중단됐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밤에 노동자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숙소에 가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도 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이 난무한다는 폭로도 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의 따귀를 때리거나 피가 날 때까지 구타하는 등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에서 일한 적 있다는 또 다른 북한 노동자 B씨는 비교적 재정 사정이 좋은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직장에서 나온 임금의 15%만 받았을 뿐 나머지는 관리자와 북한 정부가 가져가 좌절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이들은 혹독한 겨울철에도 숙소 난방이 안 됐고 외부 출입이 금지돼 생필품을 사기 위한 외출조차 막혀있었다”며 “평가가 좋았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다른 사람을 동행한 외부 출입이 허용됐지만, 팬데믹 기간에는 이마저도 금지돼 1년간 일터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북한 당국이 식당 여종업원들을 동원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까지 썼다고 주장했다. 관리자들이 성과가 좋은 노동자들을 식당으로 데려가 여종업원을 고르게 하고 밤을 함께 보내게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경쟁을 부추겨 돈을 벌어오게 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외국에 머무는 북한 노동자는 1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다수가 중국 동북지방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 이들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에 송금한 돈은 약 7억4000만 달러(약 9864억원)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거의 모든 수입이 북한 정부에 보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앞서 지난 11일 중국 한 봉제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문제 삼아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북한 노동자 약 2500명이 파견된 공장으로, 이곳의 체불 임금 총액은 약 1000만 달러(약 133억3000만원) 규모였다. 해당 사건으로 현지 노동자 관리 책임을 맡은 북한 관리자가 사망하고 지배인 등 3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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