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평화로운 가족 사랑의 기술? 적당한 거리 두기"[한판승부]
뇌가 지치면 '싫다', '몰라' 부정적 표현 나와
마음 지구력의 첫 번째 비밀은 체력 기르기
완벽주의, 내가 비난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
설 연휴, 어색하다고 나눈 농담에 상처 받아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대담 :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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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박재홍>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100만 부가 팔린 책인데 이 책의 저자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시고 새롭게 '마음 지구력'이라는 책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설 연휴에 지친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을 위로하기 위한 시간. 윤홍균 원장, 어서 오십시오.
◆ 윤홍균> 안녕하세요, 윤홍균입니다.
◇ 박재홍> '마음지구력' 책 이름 자체가 잘 지으신 것 같아요. 우리 원장님이 지으신 겁니까? 이 책 이름.
◆ 윤홍균> 제가 쓰던 원고 중에서 자꾸 단어가 반복돼서 나와서 어떻게 했나 생각을 했는데. 편집자분들하고 같이 의논 끝에 가장 적절한 단어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 박재홍> 마음지구력. 이게 지금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발칙한 끈기에 대한 얘기다. 삶의 끈기가 중요하군요?
◆ 윤홍균>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게 '힐링', '휴식'. '이제 좀 내려놓자' 이러한 것들이었는데. 막상 그게 또 길어지니까 또 그것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 박재홍> 지난주에 코미디언 전유성 씨가 나오셔서 힐링 그만 좀 하라고.
◆ 진중권> 너무 오래 쉬었어.
◇ 박재홍> 요즘 우리 작가님 강연 영상이 굉장히 인기가 많아요. 세바시로도 굉장히 유명한 강연자이시도 한데 내 마음을 회복하는 법, 멘탈을 다스리는 법. 많은 분들 알고 싶어해요. 저희가 또 멘탈을 관리해야 되는 사람들이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까. 멘탈 관리.
◆ 윤홍균> 많은 분들이 제가 뵙는 분들이나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께서 한쪽에서는 '너무 지쳤다. 너무 지쳤다, 힘들다' 하시는 마음 한 구석이 있고. 또 '지치기는 지쳤는데 내가 뭘 했다고 지쳤냐. 남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데' 그래서 저한테 찾아오셔서도 지쳤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당신이 뭐 그렇게 힘듭니까?'라는 비난을 들을까 봐 두려워가지고 또 머뭇머뭇하시면서도 또 힘든 건 힘드니까 말씀을 하시면서도 또 스스로 '제가 뭐가 힘들겠어요? 선생님이 더 힘드시죠' 이런 게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습니다.
◆ 진중권> 그러니까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얘기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는 거죠.
◆ 윤홍균> 그렇죠. 여태껏 본인이 살면서 힘들다고 얘기를 해서 상대방 반응이 좋았던 적이 없는 거예요.
◇ 박재홍> 저도 입사 초기에 '힘들어' 이렇게 얘기했더니 옆에 있던 동기가 '다 힘들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 진중권> 동물계에도 동물들이 아픈데 절대 아픈 티를 안 내잖아요. 아픈 티를 내면 공격당하거든요. 아마 이제 그런 체험들이 있어서 그러신 건가.
◆ 윤홍균> 그렇기도 하고. 일단 어렸을 때 경험상으로 부모님들이 케어를 해 주시잖아요. 그런데 막상 자기 자녀가 힘들어할 때 자녀가 지쳤다라고 얘기할 때 뭐라고 해 줘야 될지 어른들도 할 말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그냥 해 줄 말은 '나도 힘들어. 네가 지금 힘드니까' 부모님 마음 되게 안 좋거든요, 자식이 힘드니까. 그래서 '너만 힘든 거 아니고 아빠 원망하지 마. 너만 힘든 거 아니고 쟤, 쟤, 쟤, 쟤 다 힘든 거니까 원망하지 마' 이런 식의 반응이 뭔가 유행을 계속 반복하고 대물림이 되다 보니까 우리가 스스로한테도 힘들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을 추슬러야 될지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 그런 좀 애매한 지금 기류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진중권> 혹시 그렇다면 자기가 그런 상태인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을 거 아닙니까?
◆ 윤홍균> 그렇죠, 그렇죠.
◆ 진중권> 그렇다면 그거 자가진단하는 방법 같은 게 있나요?
◆ 윤홍균> 여러 가지 기법들이 나오고 요즘은 뇌파도 찍고 그래서 파가 나오긴 하는데요. 대화를 통해서 저는 얘기를 하다 보니까 좀 공통점을 발견을 했어요. 뭐냐 하면 제가 지쳤다, 힘들다라고 하는 개념은 뇌가 지쳤다라는 거거든요. 뇌가 지치니까 생존과는 가장 관련이 없는 것부터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니까 세련되게 대화하는 방법. 이런 건 사실 좋기는 좋은 건데 이게 생존하고는 관련이 없잖아요. 그래서 논리적인 것이라든지 이성적인 중추부터 꺼요. 그리고 행복하고 기쁘고 또 하고 싶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면 또 일을 해야 되잖아요. 그 스위치도 먼저 꺼요. 그래서 지친 뇌는 뇌의 가장 부정적인 감정만 담당하는 편도체라는 부위를 마지막까지 살려놓습니다. 그래서 지치신 분들이 가장 자주 하시는 말씀이 '싫다'
◇ 박재홍> 다 싫다.
◆ 윤홍균> 싫다. 싫다, '좋은 게 없다. 없다' 그리고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렇게 대안을 제시를 해 주면 '그거 안 될 것 같다' 이런 단어들을 많이 쓰세요. 그래서 일기장 써놓은 거 나중에 보시면 옛날에는 내가 모든 단어 동사나 서술어가 '싫다, 모르겠다, 없다, 안 될 것 같다'라고 다 쓰여져 있었는데 선생님 좀 많이 좋아지고 나니까 다른 단어들로 바뀌었어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뭔가 부정적인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면 이건 좀 지쳐가고 있는 신호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 박성태> 뇌가 지쳤을 때 말씀하신 대로 가장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편도체만 제일 뒤의 스위치가 꺼진다. 그거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예를 들어 도파민이나 이런 게 나오는 이유들이 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따로 그런 것도 있습니까?
◆ 윤홍균> 결국은 인간이 지금은 만물의 영장으로 큰 소리치고 잘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뇌는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의 뇌가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그러니까 뇌가 살려면 아무래도 공격적이어야 되고 짜증나야 되고 조그마한 신호에 예민해져 있을 때 오히려 생존율은 더 증가하거든요. 의심도 많아져야 되고. 그러니까 고차원적인 생활을 하고 세련된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자기 방어적으로 움츠리고 있고 예민하게 더듬이를 총동원하고 있어야지 생존이 가능하니까 뇌는 아직도 그때의 방식을 취하게 되는 거죠.
◆ 진중권> 사람마다 좀 다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유독 이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이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사회적 환경만 다른 건지.
◆ 윤홍균> 물론 저희가 봐도 스트레스 관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어요. 뭘 해도 뭘 해도.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냥 어렸을 때부터 정말 스트레스 관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같은 반에서 보면 시험성적 100점짜리 맞다가 99점 맞았다가 우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한 78점 맞아도 '이 정도면 잘했네'라면서 밝게 생활하는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 윤홍균> 그래서 멘탈 관리를 타고난 재능으로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는데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그게 20살까지 정도는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다 보면 평소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하게 되죠.
◇ 박재홍> 그렇군요. 이 방에 있는 분들은 어떤 환경에 있는지가 중요한 상황이 된 것 같은데요. 일단은 힘들어도 우리에게 스스로 하는 말은 '힘들어해도 괜찮아' 이런 주문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사실은.
◆ 윤홍균> 힘들다는 것을 본인이 인식하고 내가 내 뇌한테 '내가 지쳐서 그렇다. 내가 오늘 힘들어서 그렇다'라고 얘기를 해 주면 다른 오해가 안 생길 수 있다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내 스스로에게 말을 해 줘야 된다? 나에게 말을 걸어요?
◆ 윤홍균> 예를 들어서 배우자한테도 그럴 수 있잖아요. 내가 막, 막 힘들어, 힘들어서 집에 왔는데 얘기를 안 해주는 거예요.
◇ 박재홍> 동굴에 들어가죠.
◆ 윤홍균> 그렇죠, 들어가서 얼굴은 표정으로는 오만상을 다 찡그리면서 '나 안 힘들어. 오늘 나 회사에서 아무 일 없었어' 이러고 있으면 '저렇게 기분이 나쁜 건 나 때문일까? 결혼 생활이 불만족스럽나?' 괜히 오해를 하게 되고 '지난번 일 때문에 그랬나?' 괜한 오해가 생기듯이 나 스스로하고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내가 지금 몸이 힘든 건데 그 몸이 힘들다는 걸 인정을 안 하면 '내 성격이 문제인가, 유전자가 문제인가? 부모님한테 안 좋은 걸 배워서 그런가?' 엉뚱한 데 불똥이 튀어서 엉뚱한 사람들하고 트러블이 생기면서 더 한번 힘들어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항상 인간은 선순환 아니면 악순환이지 정체되어 있는 건 없어요.
◇ 박재홍> 피곤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는데.
◆ 윤홍균> 대부분은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신과의사 생활하면서 깨닫게 되는 게 정신력은 결국은 체력이구나.
◇ 박재홍> 히딩크도 역시 축구 실력은 체력이라고. 책임 있는 플레이를 위해서는 체력을 길러야 된다라고 얘기했는데. 책임 있는 가정생활, 책임 있는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체력이다?
◆ 윤홍균> 그렇죠. 그런데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잠도 자야 되고 잘 먹어야 되고 잘 놀아야 되는데 이제 그걸 못하는 심리적인 이유들이 있어서 저희가 도와드리는 거지, 결과적으로는 체력이 좋아지게 하고 몸이 좋아지게 하는 게 중요하죠.
◆ 진중권> 사실 우리가 OECD 국가 중에서 노동 시간이 참 길지 않습니까? 이게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도 있는 것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 보게 되면 번아웃이 좀 나타나나요? 통계적으로 그런 게?
◆ 윤홍균> 통계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상당히 높다고 계속 통계들은 나오고 있고요. OECD 가입국 중에서 노동 시간도 길고 행복지수 낮고 자살률 높고. 이제는 좀 계속 뭔가가 달라져야 되는 가치관이나 관점이 달라져야 되는데 사실 쉬운 얘기는 아니죠. 분명히 생산활동은 열심히는 또 해야 되고 많은 것을 해내야 되는데. 그래서 저도 항상 글 쓰거나 강연을 할 때 이 방송 같은 거 나왔을 때도 항상 걱정되는 게 그거예요. 분명히 좋은 얘기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과연 그게 얼마나 현실적일 것이냐? 그래서 저도.
◆ 진중권> 번아웃 되신 것 같아요. (웃음)
◇ 박재홍> 지치신 것 같아요, 10분 지났는데 약간씩.
◆ 윤홍균> 사실 대기실에 있을 때부터.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이거. 이 말해도 안 될 것 같고 저 말해도 안 될 것 같고'
◇ 박재홍> 해치지 않아요, 착한 분들이기 때문에. 책에 보면 지치는 요인 중 하나가 완벽주의라는 단어를 꼽으셨어요. '완벽주의는 또 하나의 방어기제다' 이런 표현이 있는데 완벽해지고 싶기 때문에 피곤한 거. 사실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도 스스로도 어렵게 하는 게 문제라는 말씀이신 거죠?
◆ 윤홍균> 완벽주의는 지금 2024년 대한민국에 상당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디서 제일 유행하냐면 기업 면접시험 볼 때 '당신의 단점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거의 90% 이상이 '제가 완벽주의가 있는 것이 단점입니다'
◇ 박재홍> 맞아, 맞아, 맞아. 맞아.
◆ 진중권> 단점 말하라고 하니까 장점 얘기하는 거잖아요.
◆ 윤홍균> 그렇죠, 그렇죠, 오히려 완벽주의를 장착을 하려고 다들 노력을 하고 있죠. 그리고 강요를 하고 있죠.
◇ 박재홍> 그러네. 내면적으로 우리가 자리 잡은 거네요. 작은 실수만 해도 필요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자책하고.
◆ 윤홍균> 자책하고 내일 어떤 일이 있을지 방송일을 하신다면 내가 방송할 때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오늘 내가 말실수를 한 것은 없을지. 그걸 몇 번씩 돌이켜보고 복기하는 게 그게 상당히 권하는 모습이고 촉망받는 모습이다 보니까 지금 유행 많이 하고 있고.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또 그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 진중권> 완벽주의가 방어기제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에서 방어기제라고 보세요?
◆ 윤홍균> 결국은 두려움이라는 거죠. 내가 비난당할까 봐 권위자로부터 공격당할까 봐 모든 점에서 완벽하게 준비해야겠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안 되겠고 금욕주의로도 이어지고 도덕적으로도 무결한 사람이 돼야겠다라고 자기 자신의 목표치를 상당히 높게 잡고 그것을 열심히 수행을 하다 보면 실제로 일상생활하면서 그렇게 막 잠 안자고 퀭해져서 실수 작은 거라고 할까 봐 조바심내고 있으면 그 사람한테는 비난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져요. 그래서 그런 방어기제가 어느 정도 통하는 면도 있죠.
◇ 박재홍> 명절 앞두고 지금 굉장히 완벽주의에 있는 분들은 굉장히 지금 명절이 두려운 과제 아닙니까?
◆ 윤홍균> 명절도 두렵고 출근하는 것도 두렵고 소개팅하는 것도 두렵고. 특히 요즘 청년들 중에는 진로 선택할 때 나한테 맡는 적절한 직업을, 진로를 택하고 싶어서 진로를 못 정하신 분들이 되게 많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윤홍균> '내가 마음에 드는 직업을 하고 싶어요'라고 해서 '마음에 드는 직업이 뭔데요?'라고 물어보면 '모르겠어요' 이런 거죠. '여행도 가고 MBTI도 조사를 해 봤는데 이게 유망할지 모르겠어요' 또 그래서 결정을 미루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 박성태> 이게 그런데 해외 같은 경우는 다른 데는 모르지만 미국 같은 데 보면 그런 문화가 있더라고요. 이 상황에 되게 부담이 큰, 완수하기가 힘든 업무가 주어졌을 때 '이거 못하는 거야. 또는 이 정도의 환경이면 내가 여기까지밖에 할 수 없어'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실 저는 그것도 군대문화 때문이라고 보는데 어떤 말이 안 되는 업무를 줬을 때 이걸 못하면 수행자가 잘못한 것으로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너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어. 공적공무인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어' 민간 기업이더라도. 그런 게 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서 회사 생활하면서 안 할 수도 없고.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도 방송 많이 나오지만 그 시간까지 모든 기사는 거의 체크하고 가려고 하거든요. 또 체크 안 하고 갈 수는 없잖아요.
◆ 윤홍균> 열심히 하고.
◆ 진중권> 나는 말을 안 듣는 거네. (웃음) 다행이다.
◇ 박재홍> 둘을 합치면 좋겠어요.
◆ 박성태> 좀만 체크하겠습니다.
◆ 윤홍균>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하는 게 나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그걸 다 끊어라는 얘기는 아닌데 의사다 보니까 그런 분들한테 끊으라고 해 봤자 끊지도 않아요. 이미 완벽주의 꼼꼼하게 하는 게 미덕으로 자리를 잡았고 나의 장점으로 잡았기 때문에 함부로 끊으라고 끊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분들, 이런 경우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건강을 챙기시라는 거예요. 회사, 회사 내에.
◆ 박성태> 이게 악순환이네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스트레스 푸는 다른 성분의 도움을 또 받아야 되고.
◆ 윤홍균> 그렇죠, 그렇죠.
◆ 박성태> 악순환이네요.
◆ 진중권> 완벽주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적응력을 제안하셨어요. 아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박재홍> 너무 적응했어, 지금. 너무 유연해. 본인이 준비 안 된 상황에 너무 유연하고 적응력이 있는데.
◆ 진중권> 좋은 건데요?
◇ 박재홍> 좋은 건가요?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되는가. 이게 열심히도 살아야 되고 적응도 해야 되고 유연해야 되지 않습니까? 상대적인 개념인데.
◆ 윤홍균> 우리가 농업사회, 공업사회를 거치면서는 완벽주의가 중요했었고 또 권위주의 시대에서 특히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이 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나. 이게 다 무너지고 다변화된 사회가 되고 급변하는 사회가 돼서 정말 저는 제일 충격받았던 게 식당에서 계산할 때 키오스크가 쫙 깔리는 모습을 보고 세상이 이렇게 금방 바뀔 줄은 몰랐어요. 저는 처음에 키오스크가 너무 무서워서 키오스크 없는 식당만 다녔었거든요.
◇ 박재홍> 맞아요. 화면이 굉장히 당황스러워요.
◆ 윤홍균> 뒤에서. 젊은 사람이 특히 저보다 젊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손이 막 떨리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키오스크가 그게 훨씬 편해요. 그러니까 이게.
◇ 박재홍> 적응력이. 적응되셨어요.
◆ 윤홍균> 그렇죠. 평생 우리가 앞으로는 한 가지 가치. 옛날에는 저희 어르신이 저보고 맨날 하시던 말씀이 '인생은 마리톤이다, 홍균아. 꾸준하게 뛰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지금은 철인3종경기 같아요.
◇ 박재홍> 철인3종경기다?
◆ 윤홍균> 처음에는 오리발 끼고 수영을 하다가 신발 갈아신고 자전거 타다가 또 자전거 버리고 이제는 러닝화 신고서는 또 달리고. 이렇게 해서 중간중간 턴오버가 잘 돼야 되는데 아예 처음부터 머릿속에는 '세상은 넓고 길은 많다'라고 그 개념을 먼저 장착을 해야죠.
◇ 박재홍> 세상은 넓고 길은 많다. 내가 지금 선택한 이 직업이 나에게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그 이후에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윤홍균> 그렇죠. 평생 한 직장을 다닐 수도 없고 평생 한 일만 할 수도 없으니까 분명히 여러 가지 길이 열릴 수 있으니까 열심히 살고 다 좋은데 '이것만이 살길이다. 이거 아니면 다 나쁜 거' 흑백논리가 아니라 이제 좀 다양한 스펙트럼 관점에서 좀 장착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 박재홍> 이제 명절이라서 가족 해 보면 선생님이 쓰신 책 중에 '가정생활도 사회생활이다' 이렇게 쓰셨어요. 이거 무슨 뜻인지. 깊이 있는 맥락이 있는 말씀 같은데.
◆ 윤홍균> 이게 뭐냐 하면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직장생활. 예로 들면 직장생활에서는 소통을.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교육이 있어요. 저 같은 사람이 가서 교육도 하고요. 대화 전문가들 분하고 워크숍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책이라도 막 읽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직장 안에서 쓰는 용어가 다르고 어떤 마인드로 어떻게 일을 해야 되는 걸 공부들을 합니다. 그래서 .
◇ 박재홍> 회사 예산으로. 자기계발도 하고.
◆ 윤홍균> 그래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시고 집에 가서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요. 그냥 되겠지.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이해를 해 줘야지 이해를 왜 안 해 줘?' 인생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대.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내가 쌩쌩한 시간에는 모든 사회적 기술을 동원해서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가장 인생에서 가장 피곤한 시간대. 밤 8시, 밤 10시. 이때 아무 기술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생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로 '당신 어머니 왜 그래?'
◇ 박재홍> 지금 그 얘기하고 있을 거야, 지금. '왜 어머니 댁에 먼저 가야 되는 거야?' 이러면서.
◆ 윤홍균> '그때 그 박 선생 장례할 때 부조 얼마 했어?' 이런 거 있잖아요. 가장 민감한 주제로 가장 피곤한 시간대에 아무 기술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대화를 하다 보니까 사이가 좋을 수가 없고 힘든 거죠. 그래서 우리가 가장 항상 강조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회가 가정이라고 하면서. 가정도 사회의 하나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이게 우리가 못해서가 아니라 다들 기능은 있어요. 머릿속에 기능도 있고 기술도 있는데 굳이 집에서는 그 스위치를 끄기 때문에 이제 그러지 말라는 얘기죠. 집에서도.
◇ 박재홍> 예의가 중요한 거죠. 가정에서 아들에게도 딸에게도.
◆ 윤홍균> 그러니까 식당가서는 단골식당 사장님한테는 잘 먹었습니다 얘기도 하고 돈도 1만 2000원 드리고 서빙해 주는 이모들 5만 원씩 주고 굽신거리면서 인사를 하는데 집에 가서는 평가하고 '짜다, 맵다, 나 혈당 올라가게 왜 이런 것 만들었냐' 이러고 있으니까 좋은 언사가 오고갈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집에서도 배우자든지. 어머니, 아버지한테도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 정도는 시작은 해야 된다는 겁니다.
◆ 박성태> 또 이제 사실 생각하면 회사에서는 약간 긴장을 해요. 외부생활을 하다가 집에 가서 약간 그걸 좀 내려놓고 어떻게 보면 투정도 부리는 건데. 이제 또 선생님 말씀 들으면 집에서도 이걸 올려놓고 이제 아내와 딸들의 눈치를 보면서 있어야 되나? 그런 생각이 좀 또 드네요.
◆ 윤홍균> 그게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잠깐 긴장을 푸세요. 긴장을 풀고.
◆ 박성태> 오락실이라도 한 번 들렀다 가야 되나요?
◆ 윤홍균> 인형뽑기라도 하거나 음악이라도 듣거나 버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좀 분노의 질주라도 한번 하고 조금 식히고 집에 들어가서 인사하고 다시 텐션을 올리고. 그거 5분하고 10분만 집중을 해 놓으면 나머지 1시간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무방비로 들어가서 이제 화살이 막 꽂히는 거니까. 제가 중요시하는 건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의 그 시간 있잖아요. 그 시간을 우리 중년 남성분들은 잘 이용을 해야 됩니다.
◆ 박성태> 기술적으로 그때만 해결이 될 수도 있겠네요.
◆ 윤홍균> 그때 많이들 술을 드시죠.
◆ 진중권> 가족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독립이라고 하셨거든요. 가정 외에서도 어느 정도 독립이 필요한 겁니까? 물리적 공간을 따로 할 수도 없고.
◆ 윤홍균> 그렇죠, 이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지금 이 독립은 필요한 것인데요. 특히 부모님하고 자식 간에 많이들 일어나는 문제인데. 대부분 문제는 너무 멀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워서 문제인 거예요.
공간적 거리도 지금 우리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사춘기 지나기 시작하면 성인 4명이서 이 좁은 아파트에서 복작복작하고 있단 말이죠. 이게 상당히 힘들다는 거예요. 인간성의 문제가 아니고 누가 잘 키웠네, 잘못 키웠네가 아니라 환경 자체가 서로 간에 거리도 필요하고.
◇ 박재홍> 화장실 2개여야 돼요.
◆ 윤홍균> 그렇죠. 그래서 결국은 20대 분들, 30대 초반 분들이 부모님 때문에 힘들다고 오시는 분들에게 주로 드리는 조언은 아침 일찍 나오셔라. 아침 일찍 나오시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시다가 저녁 늦게 들어가시는 걸 부모님들도 좋아하신다 이거예요. 이게.
◇ 박재홍> 서로 눈치 안 봐도 되니까.
◆ 윤홍균> 그렇죠. 부모님들이 빨리 들어와라 하라는 건 사실 인사치레로 하시는 말씀이시고.
◇ 박재홍> 진짜 빨리 들어가면 안 되는구나.
◆ 윤홍균> 부모님들도 피곤하시죠. 좁은 집에 성인 넷이서 오글오글하고 있으면 사실 부모님도 피곤하기 때문에 그냥 하시는 말씀이고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얘기지. 진짜로 집에서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래서 최대한 부부 간에도 특히. 부부 간에 동업하시는 분들, 자영업하시는 분들 너무 힘들어하세요.
◇ 박재홍> 그렇죠. 부부가 같이 일할 경우에는.
◆ 윤홍균> 그러니까 그러면서 '왜 우리는 부부가 일하는데도 피곤한 거죠?' 이게 아니라 원래 부부가 같이 일하면 원래 힘든 겁니다. 그래서 가족 간의 사랑을 위해서는 거리.
◇ 박재홍> 저도 선생님 책 중에 91페이지. '일단 가까울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적당한 거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 없다' 이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 윤홍균> 큰일 나세요. 모든 사람한테 사랑받으면.
◇ 박재홍> 그렇습니까? 양 진영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는 겁니까?
◆ 진중권> 원이라고 한다면 원이 이게 너무 중첩되는 거죠.
◆ 윤홍균>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물론 사랑받고 인간 교류하고 상호관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생활이라는 것도 있어야 되는 거니까 서로 간 거리는 항상 중요하죠.
◇ 박재홍> 이제 명절이 시작돼서 귀성길 가기 시작할 텐데 한 1분 남았거든요. 우리 윤홍균 원장님께 어떤 명절을 대비해서 마음을 잘 대비할 수 있는 고향으로 가는 분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
◆ 윤홍균> 일단은 고향으로 가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게 다녀오시기를 바라면서 주로 상처는 말 때문에 받습니다. 말이 몇 마디가 귀에 박혀서 상처가 되는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은 그냥 하시는 말이에요. 본인들도 어색한 거예요. 뭔가 친척이 오고 자제가 왔는데 본인들도 어색해서 그냥 아무 말이나 막 하시고.
◇ 박재홍> 이제 대학 가야지, 이제 결혼해야지.
◆ 윤홍균> 본인 나름대로는 유머를 구사하시는 경우가 되게 많은데 그게 같은 세대분들끼리는 유머인데 세대 차이가 나다 보니까 상처가 되거든요. 그래서 물론 나쁜 분들도 있으시고 무례한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세대 간의 언어방식에, 언어 소통 방식의 차이 때문에 오는 데서 오는 세대차이라는 것을, 상처를 줄 의도가 아니라 어색해서 하는 말이라는 점을 이해를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할머니댁에 할아버지댁에 도착하기 전이잖아요. 생각해야 될 것은 거기서 들은 메시지 모두가 진지하게 받지 말고.
◆ 진중권> 어색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 윤홍균> 어색해서 하시는 말씀이고 끝난 다음에 어디 좀 놀러 꼭 가십시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 윤홍균>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으니까요.
◇ 박재홍> 마음지구력의 윤홍균 원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홍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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