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수성이냐 탈환이냐…달라진 지형, 與野 각축전

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2024. 2. 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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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한 총선 이후 대선‧지선서 반격한 국민의힘
수성과 탈환 사이 동상이몽…굵직한 인물, 치열한 맞대결 예상
연합뉴스


오는 4‧10 총선에서 서울의 중심인 '한강벨트'를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과 맞닿은 서울 11개 자치구(동쪽부터 강동‧광진‧송파‧성동‧강남‧용산‧서초‧동작‧마포‧영등포‧강서)의 24개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는 현재로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4년 사이 정치적 지형에 변동을 맞았던 만큼 오는 총선에서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남3구'에 집중됐던 기존 영역을 서쪽으로 넓혀보려는 국민의힘과, 수도권 강세를 중심으로 수성 내지는 강남3구 일부 탈환까지 꿈꾸는 민주당의 동상이몽이 이어질 예정이다.

총선 이후 대선‧지선서 나타난 '한강벨트' 민심의 변화

8일 여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싸움은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서울 전체 의석 48석 중 40석을 민주당이 가져갔고, 미래통합당의 몫은 단 8석에 불과했다.

다만 서울 한강변 11개 자치구, 24개 지역구로 범위를 좁혀 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도 민주당이 24개 의석 중 16석을 차지해 우세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지만, 미래통합당 입장에선 8석, 즉 서울 내 전체 의석이 이곳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이 다음 총선에서 서울 선거판을 흔들어보고자 한다면 바로 이곳에서부터 역전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에선 서울 과반 의석을 지키기 위해선 이 지역 민심 이탈을 최대한 막아내야 한다.


실제 지난 총선 이후 약 4년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선 '한강벨트' 민심의 변화가 엿보인다.

이후 2022년 대선 당시 11개 구 중 강서구를 제외한 10개 구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대결에서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지지 우세 지역).

이 여파는 그로부터 약 3달 만에 치러진 같은 해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역 11명의 구청장 중 성동구청장을 제외한 10명이 여당이 된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서울 전체로 넓히면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과반 자리도 국민의힘의 차지였다.

다만 구의회에선 성적이 다소 엇갈렸다. 구의회 11곳 중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곳은 5곳(송파‧강남‧용산‧서초‧동작),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곳은 4곳(성동‧마포‧영등포‧강서)으로, 박빙을 이뤘다(2곳은 과반 없음).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이같은 '한강벨트'에서의 기세를 확산해 가려던 국민의힘과, 지선 패배를 딛고 강서구에서 저지선을 구축하려던 민주당의 대결로도 해석된다. 당시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김태우 전 구청장을 재차 후보로 정한 국민의힘은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내세운 민주당에 졌다.

여야의 지역구 바꾼 출사표 이어지는 가운데 '운동권 심판론'까지

박종민 기자

아파트값 상승, 경기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 등 다른 변화까지 더해지며 '한강벨트'는 그야말로 혼전이 예상된다. 앞선 선거들에서의 성과를 발판 삼아 탈환을 꿈꾸는 여당과, 현재 현역 강세를 바탕으로 수성, 나아가 역시 일부 지역구는 가져오려는 구상을 그리는 야당의 대결이다.

그런 만큼 여야의 '이름값' 있는 굵직한 인사들은 '한강벨'트 곳곳에서 상대 당 현역 의원들에 맞서 지역구까지 바꿔가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에선 윤희숙 전 의원(중‧성동 갑),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상 중‧성동 을), 오신환 전 의원(광진 을), 조정훈 의원, 신지호 전 의원(이상 마포 갑) 등이다.

민주당에선 이 지역 대다수 현역이 재도전에 나선 가운데, 여당 현역 의원들에겐 홍익표 원내대표(서초 을),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송파 을) 등이 도전장을 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송파 갑 전략공천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강벨트'는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불을 지폈던 '운동권 심판론'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중‧성동 )을 비롯해 현역인 정청래 의원(마포 을), 이해식 의원(강동 을), 김민석 의원(영등포 을) 등 이른바 운동권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이들을 비판하는 여권과 싸움의 장이 만들어질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기본 구도는 '정권 심판론'이지만 그 표가 내분에 빠진 민주당에 오롯이 가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같은 문제를 얼마나 잘 다스릴지, 또 제3지대에서는 괜찮은 후보를 한강벨트에 낼 수 있을지가 변수"라며 "지난 총선이나 지선 같은 일방적인 결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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