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비 카타르] 내 팀이 떠나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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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현장에서 <베스트 일레븐> 공식 '말쟁이' 김유미 기자가 전하는 현지 에세이입니다. 베스트>
카타르 도하에서, 베스트 일레븐 김유미입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은 한국보다 먼저 탈락했고, 이들 대표팀을 따라다니던 미디어도 대부분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우리 팀', '내 팀'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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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현장에서 <베스트 일레븐> 공식 '말쟁이' 김유미 기자가 전하는 현지 에세이입니다. 일하다 힘들 때면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하비비는 이곳 말로 '내 사랑'이라는 의미입니다. 한 달간 카타르와 사랑에 빠져보겠습니다. 함께 해요. <편집자 주>
카타르 도하에서, 베스트 일레븐 김유미입니다. 한국이 4강에서 탈락했지만 저는 카타르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이곳 시간으로 2월 8일 밤인데요. 오늘 새벽 대표팀이 입성 약 1개월 만에 카타르를 떠났습니다.
한 달을 말 그대로 '동고동락'했던 기자 동료들도 하나둘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선후배들이 8일 새벽 귀국했고, 9일 새벽에도 후발대가 설 명절 연휴에 맞춰 귀국합니다.
40명 가까웠던 우리나라 취재진 규모는 거의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이제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이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결승전을 기다립니다. '파이널'이라는 이름의 단체 톡방도 새로 개설했습니다. 패잔병, 혹은 최후의 용사들이 현장에서 아시안컵의 피날레를 함께 합니다.
앞서 자국 대표팀의 탈락을 경험한 수많은 취재진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은 한국보다 먼저 탈락했고, 이들 대표팀을 따라다니던 미디어도 대부분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희처럼 끝까지 남아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도 있지만요. 각국 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던 미디어 센터는 결승전을 앞둔 현재 고요하고 매우 춥게 느껴질 정도로 한산합니다.
"코리아 굿!"을 외쳐주던 우버 기사님들, "꼭 결승에서 만나자"라고 약속하던 타국의 기자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란 밝은 인사를 한국어로 건네며 관심을 보이던 친절한 자원봉사자들, 무엇보다 친분은 없어도 우리 팀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미디어 센터에서 오며가며 서로 조용한 지지와 격려를 보낸 우리 동료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의지할 수 있는 '우리 팀', '내 팀'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선수들이 주눅든 채 공항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저들도, 우리도, 조국을 대표해 이곳에 나와있는 만큼, 알게 모르게 선수들과 '원 팀'이라는 동지애가 생겨서겠지요.
기자 동료들도 겉으로는 "드디어 집에 간다"라고 내심 기뻐했지만, 여기 있는 내내 우승까지 함께 하자고 누차 이야기했기에 속으로는 씁쓸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깟 출장 기간 사흘 더 늘어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닐 텐데요. 한 달 동안 매일 태극전사들과 마주하며 함께 울고 웃던 '우리'는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몇 시간 전, 저는 아시안컵 결승전 취재 신청을 마쳤습니다.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총 51경기.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나지 않던 경기 리스트엔 달랑 한 경기만 남았습니다. 드디어 긴 여정의 끝이 보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파티장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불청객이 된 기분입니다. 모두의 축제가 그들만의 축제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경기장 최상단엔 양 팀 국기와 FIFA 및 AFC기가 내걸리는데요. 애석하게도 이번 대회 결승전이 열리는 루사일 스타디움 꼭대기에는 태극기가 없습니다.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결승전은 어떤 풍경일까요.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경기를 하루 앞두고 마음과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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