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시민주도형'…0시축제 하는 대전시, 삿포로에서 뭘 봤나

김준범 2024. 2. 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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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캐릭터·마스코트 활용·시간여행 등 벤치마킹할 것"
삿포로 눈 축제 개막 [촬영 김준범]

(삿포로=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눈의 도시' 일본 삿포로의 2월은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이어지지만 1년 중 가장 뜨거운 달이기도 하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지역 대표 경주마와 옛 삿포로역, 독일 노이슈반슈타인성의 모습 등이 수백개의 눈 조각으로 변해 2월의 삿포로를 하나의 커다란 전시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카니발, 독일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삿포로 눈축제가 8일간 일정으로 지난 4일 개막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 속에는 이장우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 대표단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대전시 대표단의 목적은 딱 하나. 오는 8월 열리는 '대전 0시 축제' 콘텐츠 발굴이다.

이들은 개막식 행사를 빠짐없이 지켜본 뒤 삿포로 오도리, 스스키노, 쓰도무 등 도심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눈 조각과 공연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삿포로 도심 오도리공원에 마련된 최장 1.5㎞에 달하는 행사장. 이곳에서 대표단은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축제를 찾아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찾아냈다.

그건 바로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라는 사실이다.

겨울 축제와 여름 축제라는 계절의 시차가 있지만, 대표단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점을 지적했다.

1950년 시작된 삿포로 눈축제는 처음부터 '시민 주도형'이었다.

당시 지역 학생들이 6개의 눈 조각을 만들어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행사 규모가 점차 커지며 올해 74회까지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 주도로 만들어진 행사인 만큼 시민들의 참여도도 굉장히 높다.

주최 측은 1974년부터 시민들이 눈 조각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오도리공원 시민광장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툰 솜씨로 만든 수십 개 시민 작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삿포로 시민 101명이 참여해 만든 마루야마 동물원의 코끼리 '타오'는 눈 조각으로 변신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비롯해 총 9개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 설상 콩쿠르'도 열려 멋진 눈 조각을 제작하는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삿포로 눈 축제 개막 [촬영 김준범]

백색으로 둔갑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는 점도 대표단이 눈여겨 본 대목이다.

행사장 곳곳에선 일본 하면 빠질 수 없는 다양한 만화 캐릭터 눈 조각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올해 '골든 카무이'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대형 눈 조각상으로 변신시켰다.

또 헬로키티, 블루 아카이브, 다마고치, 유희왕 듀얼모스터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하얀 얼음으로 꾸며졌다.

영국 록 밴드 퀸과 미국 보컬리스트 애덤 램버트의 삿포로 방문을 기념해 만든 눈 조각상 인근에서는 음악 경연대회가 열려 관람객들이 축제 기분을 만끽하도록 했다.

대전시는 삿포로 축제의 성공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과학 수도 대전을 경험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체험행사를 0시 축제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지역 대표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확장해 '대전 꿈씨 패밀리'가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삿포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5명이 눈축제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을 확인한 대전시 측은 "지역 문화예술인이 주도하는 공연을 원도심 소극장, 지하상가 등에서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삿포로 눈축제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교류의 장과 시간여행도 참고할 부분이다.

삿포로 눈 축제 개막 [촬영 김준범]

이번 행사에서는 독일관광청 일본지국의 개국 50주년을 맞이해 '백조의 성'이라고 불리는 독일 노이슈반슈타인성이 대형 눈 조각으로 재탄생해 관광객을 맞이했다.

개막식이 열린 '눈의 HTB 광장'에는 삿포로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옛 삿포로역 정류장과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서러브레드(경주마)의 역동적인 모습도 하얀 눈으로 변해 세워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0시 축제에도 해외예술단을 초청해 공연을 마련하거나 글로벌 K팝 오디션 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시간여행을 주제로 대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삿포로시는 행사 기간이 지나면 도심 곳곳에 설치된 눈 조각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축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 0시 축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 축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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