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요? 그저 그런 하루일 뿐"…설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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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고 별 것 있나요. 그저 그런 날들 중 하루일 뿐인데요."
설을 맞아 고향을 찾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이들이 있는 반면 설 연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다.
멀리 타국에서 온 이들은 이맘 때쯤이면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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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동포들끼리 모여 전통음식 나눠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명절이라고 별 것 있나요. 그저 그런 날들 중 하루일 뿐인데요."
설을 맞아 고향을 찾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이들이 있는 반면 설 연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다.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 인근에서 홀로 생활한 지 30년이 넘은 A씨(76)에게 다가온 설은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날'이다.
설을 앞두고 TV에서는 가족과 친지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가족 생각이 간절하지만 거리감 느껴지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젊은 시절 경제적 사정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타지에 홀로 있는 딸에겐 아버지의 처지가 부담될까 싶어 연락 또한 쉽지 않다.
마음 기댈 곳 하나 없이 홀로 지낸 세월 또한 길어 안부인사나 덕담을 건넬 인연도 마땅치 않다.
떡국 등 설 관련 물품을 지원받아도 여관에 살고 있는 이들은 화재를 이유로 부탄가스 사용을 금지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없다.
그는 "명절이라고 해도 별 것 없는 하루일 뿐이다. 같은 처지의 이들과 지원센터에서 밥을 먹거나 믹스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다다"며 "센터가 더 활성화 돼 우리끼리 자주 만나 위로하며 안부라도 묻고 지낼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도 나흘간의 연휴는 사치일 뿐이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 홍성삼씨(29)는 설 연휴를 독서실에 반납했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1년에 단 한 번, 700여명을 뽑는 시험이 3개월 남은 시점이라 설연휴는 부족했던 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채우기로 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도 하나둘 어엿한 직장인이 되면서 뒤쳐지는 느낌에 여유를 가지긴 어렵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친척들을 마주할 경우 근황을 비롯한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는 "하루 빨리 취업해 지원해주는 가족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며 "조금 쓸쓸하더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독서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멀리 타국에서 온 이들은 이맘 때쯤이면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질 뿐이다.
태국 국적 까따이씨(30·여)는 올해로 한국에 온 지 5년 차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3500㎞ 떨어진 머나먼 곳으로 왔지만 여전히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다.
생계비는 풍족해졌지만 가족과 함께 살을 부비고 살았던 애틋한 추억과 집 냄새 등이 희미해질법도 하지만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명절 음식이나 제사상을 보면 더 그리워진다. 고향에선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으면 한국의 제사와 비슷한 상을 차렸기 때문이다.
까따이씨는 향수를 달래기 위해 이번 명절엔 동포들과 모여 고향에서처럼 나무에 고사를 지내고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까따이씨는 "고향을 찾을 시간이 마땅치 않아 가족 사진과 영상 통화로 아쉬움을 달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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