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직전 “박절하기 어려워” 밝힌 尹, 지지율 성적표 관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번 설 명절 이후 민심 성적표는 이전 세 차례 명절 때보다 중요하다.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연휴 직전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문제에 처음 입장을 밝혀 민심의 평가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민심 교차로로 여겨지는 명절 이후 어떤 결과를 받아들지에 따라 여당의 총선 대비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
취임 4개월만에 맞은 2022년 추석 때를 제외하면 최근 두 차례 명절 전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는 도드라지지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2022년 추석 직후(2022년 9월 3주)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직전 조사(그해 9월 3주)보다 6%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설 연휴 전후에는 36%(1월 3주)에서 34%(2월 1주)로 2%포인트 내렸고, 그해 추석 전후에는 32%(9월 3주)에서 33%(10월 2주)로 1% 올랐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는 연휴 직후 지지율 변동에 대한 주목도가 앞선 명절 때보다 한층 높다. 연휴 직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굵직한 이슈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여권의 대표적인 총선 악재로 꼽혀온 ‘김건희 리스크’의 해소 여부가 판가름난다. 윤 대통령은 연휴 이틀 전인 지난 7일 방송된 KBS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논란을 두고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며 “앞으로는 좀 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가방 수수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사과와 유감 표명은 없었다.
이를 두고 야당의 공세는 본격화했고, 여당 내에서도 일부 아쉬움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여당 지도부는 여론 기류를 살피는 분위기로 보인다. 연휴 직후 윤 대통령 지지율에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입장 표명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이 이슈를 둘러싼 여당 균열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월 1주 조사에서 29%로 9개월여만에 20%대로 내려앉았다. 보수층의 핵심 지지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에서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5%)를 앞질렀고, 연령별로는 60대에서도 부정 평가(54%)가 긍정 평가(42%)를 12%포인트 앞섰다. 통상 20%대 지지율은 권력누수(레임덕)의 신호 중 하나로 여겨진다. 연휴 직후 반등세나 보합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여당이 윤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의 총선 전략을 구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 계획이 지지율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폭넓게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의료개혁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6일 내년도부터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는 등 2031~2035년 의사 1만명을 추가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수 차례 개혁 의지를 강조해왔다. 변수는 총파업을 포함한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인용한 지난 2월 1주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2.7%다.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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