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끊어보겠다고 자수…스위치 켜지자 소용없었다"[일상된 마약]②
번번이 무너지는 '결심'…자괴감·두려움에 극단적 선택 시도
[편집자주] '30분이면 가능' 배달음식 광고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약 광고 문구다. 마약사범은 폭증했고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마약을 사고 판다. 마약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첫번째로 '마약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준비했다.
(서울=뉴스1) 박동해 유민주 기자 기획취재팀 = 마약 투약자들의 자조모임에서는 본명을 쓰지 않고 보통 가명을 쓴다. 분홍색 후드티에 캡모자를 눌러쓴 청년은 자신의 별명은 '호'라며 스스로를 '호랑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그는 평생을 나름 성실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마약은 호랑이처럼 굳건하던 삶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가 내보인 왼쪽 팔목에는 마약을 끊지 못하는 절망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흔적이 호랑이의 줄무늬 마냥 선명했다.
올해 서른한살인 호랑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오던 운동부 생활을 부상으로 그만두게 됐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일찍 군대를 다녀왔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호랑이는 건축 현장에서 시작해 업종이 바뀌기는 했지만 20대 초반을 일만 하며 보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21년 지인의 권유로 의료용 마약류인 케타민 접하면서 호랑이의 인생 경로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절친한 지인의 권유여서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20대 모두를 돈을 벌기 위해 바쳐왔던 자신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도 생각했다.
이후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용 마약을 투약하고 놀던 것이 문제가 돼 수사를 받게 됐지만 호랑이는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다시는 약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유혹의 손길은 결국 그를 다시 어둠으로 이끌었다. 지인은 이번엔 필로폰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약물을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즐거움만 느끼고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으니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약 간격이 점점 좁혀지더니 이제는 약을 하지 않으면 일상이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약을 한지 일년여가 되면서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고 누군가 나를 잡으러 올 것만 같은 착각에 시달렸다.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에 극도의 불안을 느꼈고 인생이 망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 차례 약을 끊어보려 했지만 또 다시 투약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나는 안되겠구나'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손목을 그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호랑이는 마약을 끊어보려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정말 약을 끊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수를 하고 나서도 또 약을 사서 투약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절대 스스로 끊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마약의 무서운 점을 '스위치를 켜고 끄듯 사람을 한순간에 바꿔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 당장은 마약을 끊어내겠다고 진심으로 다짐을 해도 바로 다음날 갈망의 스위치가 켜지면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돼 정신없이 약을 찾아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갈망의 스위치가 켜지면 그동안에 약을 끊어왔던 의지, 가족들의 고통 따위는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마치 이중인격이 된 것처럼 약을 찾는다고 했다.
혹시나 마약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호기심과 쾌락의 대가는 결국 '지옥'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스스로와 가족에게 상처를 입히고 수없이 많은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고 고통에 발버둥 친 뒤에야 진정 중독을 끊어낼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호랑이는 현재 마약중독 재활시설에 입소해 회복을 하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시설에 입소해 중독을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천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복한 이후에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묻자 호랑이는 "회복 중이라 너무 먼 미래는 생각치 않고 일단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회복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착실하게 일하고 소소하게 하나하나 얻어가는 삶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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