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희생론'에 참모·장차관 '험지 출마' 확산되나

홍세희 기자 2024. 2.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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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영남 지역에 대거 공천 신청
"기울어진 운동장서 골을 넣겠단 것"
형평성 문제 불거져 공천 논란 우려
강남을 이원모 "당의 결정 따를 것"
부산 해운대 주진우도 험지 가능성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대통령실이 용산 출신 참모와 장·차관급 인사들의 여당 텃밭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들이 험지 출마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용산 참모는 여당 텃밭인 양지에 출마하는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험지에 출마하고 있다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칫 공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양지'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을 출마를 선언했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용산 출신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 차출론이 대두되는 모양새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도 부산 해운대에서 험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4·10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 출신 인사들은 38명에 달한다. 이 중 여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인사는 20여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여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 지역과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에 대거 공천을 신청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포함되면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 공천'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용산 출신 참모들이 대거 ‘양지’에 출사표를 던지자 여당 내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용산 참모들의 양지 출마에 대해 "(그분들이) 솔선수범하는 게 대통령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더 좋은 지역이라고 알려진 대구·경북이나 부산·영남에 신청을 해버리고 공천을 받게 되면 오히려 대통령한테도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여러 가지 공직 혜택을 받은 분들인데 누구보다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은 용산 출신 인사들의 양지 출마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늘 지적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장·차관과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참모라면 그동안 언론이나 정책을 통해 다양하게 자신의 얼굴을 알릴 기회가 많았다"며 "이들이 국민의힘 텃밭에서 선거를 뛰겠다는 건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들이지 않고 골을 넣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 대담에서 "대통령 후광이 작용하겠냐"면서 "특혜라는 건 기대도 하지 말고 저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고 했다”고 분명히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공정한 공천'을 강조하며 출마에 나선 정부 고위직 공무원들과 참모들에 "특혜는 없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에도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힌다"며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 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차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6. suncho21@newsis.com

대통령실의 부정적 기류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서울 강남을 공천을 신청한 이원모 전 비서관은 "공천과 관련된 어떠한 당의 결정도 존중하고 조건 없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의 입장 표명은 여권의 부정적인 분위기 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비서관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강남을은 여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현역은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박진 의원이다.

전직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 출신이 여당 텃밭에 동시에 공천을 신청하자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비서관이 공천과 관련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용산 출신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도 대두되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중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희생'을 요구하며 험지 출마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용산 출신 참모들도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지지율을 떨어뜨려 놓은 인사들이 양지를 가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용산 출신들의 양지 출마 비판'에 대해 "지원하는 것은 자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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