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건 못 참지…전세계 줄 세운 중국 '판다 외교'

이지현 기자 2024. 2. 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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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에버랜드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이동 일정과 장소를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지했다고 23일 밝혔다. 푸바오는 올해 4월초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로 이동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된다. 이에 따라 3월초까지 일반에 공개되며, 이동을 위한 적응 등을 위해 이번 주말부터는 오후 시간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에버랜드 제공) 2024.1.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적 인기를 얻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오는 4월 중국으로 반환을 앞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이 중국을 향해 '판다 외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판다 외교'라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인접 국가들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푸바오의 중국 귀환 시점이 4월 초로 확정됐다고 공지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오는 4월 초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로 이동해 새로운 출발한다"며 "야생동물에 대한 국제 규정에 따라 이동 전 한 달간은 푸바오만의 공간에서 별도의 건강 및 검역 관리를 해야해 고객과는 3월 초까지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푸바오가 태어난 이후 한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중국과 한국 우호를 증진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발휘했다"며 "푸바오는 어디에 있든지 섬세한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바오의 중국 귀환 소식이 알려지자 판다 월드를 찾는 이용객도 늘었다. 지난달 20일 오픈한 '바오하우스'를 찾은 관광객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귀환 소식이 알려진 직후엔 더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자이언트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자연번식으로 태어났다. 2020년 7월 태어나 올해 4살이 됐다.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2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동물원에서 수컷 자이언트 판다 '싱싱'이 17번째 생일을 맞아 특식으로 받은 얼음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다. 이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싱싱'과 암컷 '량량'이 17번째 생일을 맞았다. 2023.08.23.

자이언트 판다는 한국에서만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말레이시아가 임차 중인 판다 싱싱과 량량 역시 푸바오만큼의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중국에 판다 반환 기한 연장 협상까지 요청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판다 싱싱과 량량이 곧 돌아갈 예정이지만 중국 정부,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과 협의해 판다들의 말레이시아 체류 기간을 연장할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중국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14년 말레이시아와의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판다 싱싱과 량량 부부를 10년간 임대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들 사이의 새끼 3마리는 모두 중국으로 돌려보냈으나 올해 싱싱과 량량의 반환 기한이 다가오자 협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국과 싱가포르도 과거 중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판다 임차를 연장한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 23년간 살다가 지난해 11월 중국으로 반환된 메이샹과 텐텐의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中 '판다 외교' 적극…태국 "판다 보내달라" 러브콜도
중국의 '판다 외교'는 1941년 중일전쟁 당시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1972년 중국과 미국이 수교를 맺을 때도 우호 관계의 상징으로 판다를 보내며 '판다 외교'라는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3년 워싱턴 조약으로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면서 현재는 임대 형식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관계 개선이 필요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판다를 보내는 방식으로 외교 보폭을 넓혀 왔다. 2019년엔 북극 항로 개척과 북극 개발에 필요한 협력을 얻기 위해 덴마크에 판다 한 쌍을 임대했다. 2012년엔 프랑스가 중국의 원전 협력 요청에 응하자 판다 한 쌍을 보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판다라는 상징적 동물을 활용한 외교 방식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23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5위(65.0점)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이 평가에서 15위(53.9점)를 기록했다.

소프트 파워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상대방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을 뜻한다. 하드파워(Hard Power)가 군사력, 경제력 등 상대의 이익을 위협해 강압하는 능력이라면 소프트파워는 상대 스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방콕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스레타 타비신 태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정부청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01.2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중국에 판다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국가도 있다. 태국이 대표적이다. 스레타 타비신 태국총리는 지난달 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태국에 새 자이언트 판다를 보내달라"며 "자이언트 판다는 50년간 이어온 두 나라 친선 관계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2003년 중국으로부터 판다 한 쌍을 받았지만 두 마리 모두 폐사해 현재 살아있는 판다가 없다. 중국 정부도 태국 정부의 이같은 요청에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과 중국은 오는 2025년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중국 자본이 필요한 태국과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일대 영향력 확대를 꿈꾸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판다 임대를 언급한 자리에서 상호 비자 면제 협정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여권 소지자가 오는 3월1일부터 30일 동안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중국과 태국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을 가속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해당 고속철도 건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계획 중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계획 중 일부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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