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기술이야"… 유전자 가위 특허전 막전막후

김선 기자 2024. 2.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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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나쁜 유전자만 '싹둑'] ②1차 저촉심사 승리, 2차전도 승기 잡은 韓 툴젠

[편집자주]유전자를 편집해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캐스9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다. 반면 과학자들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유전자 편집 기술을 경계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도덕적 윤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해당 기업들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놓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특허 전쟁을 펼치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하나인 크리스퍼캐스9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툴젠을 비롯한 관련 기술 개발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글 쓰는 순서
①난치병 치료 vs 생명윤리 위반… 유전자 편집 시대
②"누구 기술이야"… 유전자 가위 특허전 막전막후
③[인터뷰] "유전자 가위,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 대안 될 것"

유전자 가위 기술 중의 하나인 크리스퍼캐스9이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최근 첫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유전자교정 전문기업 툴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스퍼캐스9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툴젠이 보유해서다. 크리스퍼캐스9 기술이 적용된 중증 겸상적혈구 빈혈 치료제 '카스게비'는 지난해 11월 영국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국(MHRA)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고 지난달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MHRA와 FDA 모두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승인한 첫 사례다.

크리스퍼캐스9은 유전자 가위처럼 세포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DNA)를 절단하거나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해서는 1세대 징크핑거와 2세대 탈렌 기술이 있지만 설계과정이 어렵고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은 더욱 정교하게 특정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고 원하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돌연변이를 고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툴젠은 1~3세대 기반 유전자 가위 기술을 모두 개발해 발전시키면서 관련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크리스퍼캐스9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툴젠은 특허 분쟁에 휩싸였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난치성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된 기술을 쟁취하기 위한 특허 논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툴젠이 상대하는 측은 UC버클리대-비엔나대 등이 속한 CVC 그룹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하버드대의 브로드연구소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퍼캐스9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나선 상황이다. 2015년부터 진행된 긴 특허 분쟁은 이제 겨우 1막을 내리고 2막이 시작될 전망이다.
브로드연구소와 CVC가 크리스퍼캐스9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툴젠이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서 우선권을 위한 저촉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크리스퍼캐스9 특허 분쟁의 시작


2015년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과의 크리스퍼캐스9 특허 소송이 시작된 이후 툴젠은 현재 두 곳과 함께 미국 특허재판소(특허심판항소위원회·PTAB)에서 우선권을 위한 특허권 저촉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퍼캐스9에 대한 특허 출원일은 툴젠이 2012년 10월로 가장 앞서 있고 브로드연구소가 같은 해 12월, CVC그룹이 이듬해 1월 순이다. 최근 툴젠이 호주 특허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미국에서 진행 중인 본 소송 여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 소송 결과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집중된 것이다. 다만 툴젠이 미국 소송 심사 1단계에서 선출원자 자격을 부여받으면서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크리스퍼캐스9 특허 분쟁이 먼저 시작된 곳은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으로, 당시 처음으로 특허권 유지 자격을 부여받은 곳은 브로드연구소다. 2017년 2월 미국 특허청(PTO) 산하 PTAB가 브로드연구소의 크리스퍼가 CVC그룹의 기술과 다르다고 판단하면서 진핵세포에 크리스퍼캐스9을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같은 해 4월 CVC그룹이 PTAB 결정에 불복하면서 항소했다. 그러나 1심 판결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2018년 9월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당시 "진핵세포를 대상으로 한 브로드연구소의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캐스9 발견은 충분한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1심판결에 대한 유지를 결정했다. 결국 2022년 3월 브로드연구소가 최종 승리하게 됐다. 다만 양측의 항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첫 분쟁에서 패배한 CVC그룹은 2019년 다시 저촉심사를 신청했다. 저촉심사는 동일한 발명을 한 2인 이상의 특허 출원인이 있을 경우 선발명자를 가리기 위한 심사다. 여기에는 툴젠도 걸려있는 상황이다.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이 툴젠이 2013년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대상으로도 저촉심사를 요청하면서다.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의 특허 분쟁은 진핵세포에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시점에서 비롯됐다. 브로드연구소는 2012년 7월 진핵세포에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CVC 측은 자신들이 먼저 기술을 발명했는데 브로드연구소의 연구소가 부정하게 획득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툴젠은 두 기관과 다르게 유전자 가위의 교정 대상을 진핵세포와 표적 DNA로 명시해 특이적 가이드 리보핵산(RNA) 등을 특허에 올렸다.

저촉심사는 시작됐지만 흘러가는 모양새는 툴젠의 승리로 점쳐진다. 2020년 10월 툴젠이 크리스퍼캐스9 원천기술 특허 승인을 처음으로 획득했다. 툴젠이 관련 특허를 출원한 지 약 5년 만에 특허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툴젠은 특허 분쟁에서 유리한 우위를 점하면서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의 싸움에서 잠정적 승리를 거뒀다.

2020년 12월에 개시된 저촉심사에서 툴젠은 선순위자 지위를 인정받고 심사 1단계가 끝난 상황에서 선출원자 자격을 부여받았다. 2021년 9월에는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최초 발병자라고 인정을 받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초 발명자가 저촉심사에서 승소할 확률은 75%에 달한다고 한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허권 분쟁서 승기는 툴젠에 있다"며 "분쟁 과정에서 선출원자로 인정받지 못한 측이 특허 우선권을 증명할 책임이 있어 툴젠에게 유리한 상태로 심사가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차 저촉심사에서 툴젠이 승리하면서 2차 저촉심사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툴젠 측은 2차 저촉심사 진행 중 합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2차 저촉심사, 합의계약도 가능


현재 툴젠은 2022년 9월 1차 저촉심사에서 브로드연구소와 CVC를 이기고 2차 저촉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1차와 다르게 2차에서는 먼저 시작된 브로드연구소와 CVC와의 특허 분쟁에 대한 결과에 따라 두 곳이 아닌 한 곳과 저촉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툴젠 관계자는 "브로드연구소와 CVC가 먼저 진행했던 특허 분쟁결과가 올해 상반기쯤 나올 예정이다"며 "1차 저촉심사 이후 2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브로드연구소와 CVC의 결과가 안 나오면서 중단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특허권 분쟁에서 툴젠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카스게비의 안정적 상업화를 위해서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허권 합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카스게비 시판에 앞서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특허 문제는 대부분 합의계약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측은 이르면 올해 합의계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합의 과정에서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이 툴젠의 특허를 인정할 경우 툴젠에게 로열티 등을 지급하고 기술을 이용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선 기자 sun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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