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4. 2. 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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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프로야구가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KBO는 최근 ABS 등 변경되는 규칙에 대한 안내 사항을 각 구단에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은 상하로는 선수 신장의 56.35%부터 27.64%까지 적용하며 좌우로는 홈플레이트 크기에 좌우 2센티미터씩 확대, 총 47.18센티미터를 적용한다.

ABS의 도입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항의를 없앨 수 있을까? 사진= MK스포츠 DB
홈플레이트 중간면과 끝면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모든 정규 투구를 대상으로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 투구 위치값을 추적해 스트라이크와 볼 여부를 판독, 심판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상위 리그에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이른바 ‘로봇 심판’이 시행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실험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 애리조나 가을리그,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 등에서 첫선을 보였고 이후 마이너리그로 범위를 확대했다. 2023년에는 트리플A 30개 전구장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마이너리그에서 ABS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나는 현재 KBO가 하는 방식처럼 모든 투구의 판정을 맡겼고 다른 하나는 양 팀에게 세 차례 기회를 부여하고 비디오 판독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최상위 리그에서 도입되는 것은 KBO리그가 먼저다. 그동안 KBO가 메이저리그의 규정을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한국이 한 발 앞서간다.

그만큼 이는 모두에게 낯선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

2023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 선발 페디가 볼 판정과 관련해 주심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선수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스트라이크 볼 판정 논란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키움히어로즈 외야수 로니 도슨은 “나는 사용한 경험이 없지만, 친구들 중에는 있었다. 많은 타자들이 이를 좋아하는 거 같다. 스트라이크존이 어디인지 알고 들어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LG트윈스 우완 케이시 켈리도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서는) 타자도 투수도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ABS가 도입되면 ‘아, 저게 스트라이크구나’라고 알 수 있게된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항의하는 부분을 없앨 수 있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반겼다.

그러면서 “모든 경기장에서 똑같은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돼야할 것이다. 그점에서는 걱정하는 선수들이 있다”며 일관성이 우선시돼야함을 강조했다.

NC다이노스는 이를 의식한 듯, 불펜에 줄을 연결해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 투수들의 적응을 돕고 있는 모습이다.

NC 좌완 김영규는 “구단에서 선을 설정해줘서 그걸 보며 ‘이정도면 들어갔구나’라 생각하고 있다. (정확한 것은) 시범경기를 가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아직 경험을 못해봤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그는 “일관성이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다. 어느 정도 존이 설정됐는지를 경험해보고 판단해야한다. 아직은 감이 안온다”며 시범경기를 통해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ABS의 도입은 포수 프레이밍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반발도 존재한다. 특히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그 반발이 더 심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키움 캠프에서 훈련중인 포수들. ABS의 도입은 프레이밍의 종말을 의미한다. 사진= MK스포츠 DB
포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직은 프레이밍을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키움 포수 김시앙은 “프레이밍할 때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쾌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 쾌감이 너무 좋고 내 장점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ABS 얘기가 나왔을 때 아쉽긴했다”고 말하면서도 프레이밍이 “꼭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레이밍이나 이런 것은 내 몸에 벤 습관이라 저절로 나올 것이다. 이것을 안하면 투수들이 ‘내 공이 떨어졌나’라 생각할 수도 잇다. 해줄 수 있는 부분은 해줘야한다”며 프레이밍이 ‘필요없는 것은 아닌’ 이유에 대해 말했다.

NC 포수 박세혁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프레이밍이 포수로서 해야 할 일이고 중요한 역할이지만, 없어지는 것이 아쉽긴하다”고 말하면서도 “포수는 투수의 기를 살려주고 (공이) 좋다 안좋다 느낄 수 있게 해주려면 프레이밍은 계속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2군에서 이 시스템을 경험했던 그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똑같을 수는 없고 그것이 야구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판정될지 모르겠다. 해봐야안다”며 ABS가 어떤 모습일지는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미 도입은 확정된 상황이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의미 있는 시도로 기억될 것이다.

김시앙은 “어차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야구의 발전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했다. 시즌을 준비중인 모든 선수들의 생각도 이러할 것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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