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 vs 생명윤리 위반… 유전자 편집 시대

지용준 기자 2024. 2. 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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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나쁜 유전자만 '싹둑'] ①'강화인간' 나올까… 우려 공존하는 이유는

[편집자주]유전자를 편집해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캐스9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다. 반면 과학자들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유전자 편집 기술을 경계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도덕적 윤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해당 기업들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놓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특허 전쟁을 펼치고 있다.

과거 금단의 영역으로 평가되던 유전자 편집 시대가 도래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이른바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캐스9(나인)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가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글 쓰는 순서
①난치병 치료 vs 생명윤리 위반… 유전자 편집 시대
②"누구 기술이야"… 유전자 가위 특허전 막전막후
③[인터뷰] "유전자 가위,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 대안 될 것"

중국 생물물리학자 허젠쿠이 박사는 2018년 노벨상 수상 유전학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교수를 만나러 미국으로 향했다. 허젠쿠이는 유전자로부터 발생하는 유전병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유전공학 배아에 대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왓슨 교수와 만나 "Make people better"(사람을 더 좋게 만들라)는 조언을 들은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을 시도했다. 일환으로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 커플을 모집했다. 그들은 허젠쿠이에게 배아 상태인 쌍둥이의 DNA를 편집하도록 허용했다. 목표는 쌍둥이에게 HIV 감염을 가능하게 하는 CCR5 유전자를 비활성화해 실제로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이 될 수 있도록 유전자 가위(크리스퍼캐스9)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2018년 11월 유전자 편집 아기인 루루와 나나가 태어나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Make People Better의 코디 쉬히 이사는 "과학적 혁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 모두에게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과학계는 "중국의 프랑켄슈타인 박사"라며 허젠쿠이를 맹비난한 데 이어 122명의 중국 과학자들은 "미친 짓"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여성과 아동 병원을 비롯한 의료·과학계는 허젠쿠이에게 등을 돌렸다.


난치병 치료길 열렸다


과거 금단의 영역으로 평가되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유전성 난치병을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이른바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캐스9(나인) 기술을 적용한 카스게비(Casgevy)를 시판 허가했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강화인간'처럼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8일 중증 겸상 적혈구 빈혈(SCD)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카스게비를 품목허가 한 데 이어 지난 1월16일 12세 이상의 베타 지중해 빈혈(TDT)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SCD와 TDT 모두 유전성 질환으로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서열 오류로 인해 발생한다. 카스게비는 나선 구조의 DNA에서 이중 가닥을 절단하고 표적 유전자 기능을 상실시켜 SCD와 TDT를 치료한다.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와 노벨 화학상 수상자 샤르 팡티에 교수가 설립한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개발했다. 카스케비 투여 비용은 200만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니콜 베르둔 FDA 치료제품 사무국 박사는 "이번 승인은 쇠약성 질환인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를 위한 추가 치료 옵션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단계"라며 "FDA는 크리스퍼캐스나인 기술을 통해 최첨단 의료 기술을 활용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왼쪽)가 2020년 12월 독일 베를린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페르 토레손 독일 주재 스웨덴 대사로부터 노벨 메달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전자 가위 뭐길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크리스퍼캐스나인은 인간을 포함해 다양한 동식물의 유전자의 변형을 유도해 형질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령 사람의 눈 색깔을 바꾸거나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할 수 있다. 최근 크리스퍼캐스나인 기술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현재 1세대 기술은 DNA 이중 가닥을 모두 절단하는 방식이다. 2세대부터는 DNA 염기쌍 하나를 다른 염기로 치환하거나 단일 가닥만 잘라 내 유정 정보를 주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번 카스개비의 사용화로 유전자 편집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고됐다.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세포·유전자 치료 시장 규모는 2023년부터 연평균 51.6% 성장해 2029년이면 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조셀리아 카를로스 글로벌데이터 의료 기기 분야 연구원은 "유전 질환 치료 가능성이 가시적인 현실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유전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퍼 캐스나인의 편집 방법. /그래픽=크리스퍼테라퓨틱스


유전자 가위의 윤리 문제


유전자 가위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급력 있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기술과 관련된 안전성, 윤리, 제도적 우려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우선 유전자 조작을 활용해 근육을 키우거나 학습능력 혹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다. 생식세포나 배아의 유전자 교정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어느 정도로 생식세포 유전자 변형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와 관련해 2018년 7개 국가의 저명한 18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당분간 생식세포의 유전자변형을 자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전성 또한 지적된다. 비표적 DNA 변형을 일으킴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충분한 결과를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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