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은 영국에 엄청난 기회의 땅... 투자액 日 추월”
“아태 지역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韓·英, 거래 관계 넘어 ‘파트너십’ 관계로”
영국은 지난해 7월,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 11개국이 참가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1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2018년 12월 CPTPP 발효 이후 신규 가입 사례는 처음이자,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입한 것 역시 영국이 처음이다. 이로써 영국의 아태 지역 수출 중 약 85%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영국이 아태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 이후 CPTP 가입을 추진하는 등 산업과 무역에 공을 들여왔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 정부는 1년 전, 기존 국제통상부(Department for International Trade)와 기업 에너지부(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를 합쳐 산업통상부(Department for Business and Trader·DBT)를 신설했다. 영국 산업통상부의 전신은 무역투자처(UK Trade and Investment·UKTI)로 한국의 코트라(KOTRA)와 같은 역할에 머물렀으나, 브렉시트 이후 무역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2016년 7월 정식 부처로 승격되기도 했다.
영국 산업통상부가 신설된 지 정확히 1년이었던 지난 7일, 아태 지역에서 산업통상부를 대표하는 마틴 켄트 영국 산업통상부 아태 통상 대사(HM Trade Commissioner for Asia Pacific)가 한국을 방문했다. 조선비즈는 서울 정동에 위치한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켄트 대사를 단독으로 만났다. 영국 산업통상부는 아태 지역에 더해 아프리카, 중국 및 홍콩,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중동과 파키스탄, 북미, 남아시아 등 전 세계를 9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 통상 대사를 두고 있다.
아태 본부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지내는 켄트 대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켄트 대사는 지난해 9월, 아태 통상 대사로 임명됐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내 직원을 만나기 위한 방문이었으나,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이후 진행 중인 한국과 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안을 점검하고 양국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2박 3일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켄트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이후 양국의 관계가 단순한 ‘거래 관계’(transactional relationship)가 아닌 ‘파트너십’(partnership)으로 격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방한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고, 약 4500만명의 중산층 소비자가 있어 2035년까지 수입 시장이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다. 한국은 영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의 땅이다. 한국은 반도체, 선박 등 필수재 생산 세계 3위 국가다. 영국이 한국과 무역 관계를 심화하면 공급망을 보호하고 향후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태 통상 대사는 어떤 일을 하나.
“아태 지역으로 분류되는 15개 국가에서 영국 정부의 국제 비즈니스 및 무역 의제를 이끌고 있다. 아태 지역의 대사관 등에서 약 300명의 무역 전문가가 영국의 수출과 무역 정책, 외국인 직접 투자 등을 통해 영국 전역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또한, 영국 기업의 아태 지역 진출도 지원한다.”
─영국에게 아태 지역이 중요한 이유는.
“영국 정부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태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세계 중산층의 절반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여기다 CPTPP에 포함된 국가의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우리의 무역 목표를 달성하면 전 세계 동맹국 및 민주주의 국가와 정치적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물론 영국 국민과 동맹국에도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외교 관계에서 무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태 지역에 공을 들이는 건 브렉시트 이후 교역 다각화 위한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아태 지역은 브렉시트와 관계없이 매우 중요한 ‘세계 경제의 엔진’이자 영국이 무역에 있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역이다. 향후 수십 년 동안 아태 지역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대부분, 중산층 소비자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아태 지역 무역 규모는 1240억 파운드 이상이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영국이 2023년 2분기까지 1년 동안 아태 지역에 수출한 총액은 679억 파운드로, 중동·남아시아·아프리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아태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또한, 아태 지역은 북미와 유럽을 제외하고 영국에 있어 가장 큰 투자처다.”
─영국의 아태 통상 대사로서 최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과제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한국, 일본 등과 체결한 FTA와 같이 아태 지역에서 체결된 무역 협정의 수출 혜택을 촉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생명 과학, 해상 풍력, 식품 및 음료와 같은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해결했다.”
─아태 지역애서 영국의 최대 교역국은 일본 아닌가.
“아무래도 일본과의 수출입 비중이 가장 많다. 하지만 영국이 투자한 금액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많다. 영국이 한국에 투자한 투자 자산(Asset Stock)은 48억파운드로 일본(31억파운드)보다 많다.”
─한국과 영국의 교역 관계는 어떻게 보나.
“영국이 한국에 수출한 금액은 86억 파운드(약 14조4462억원), 영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75억 파운드다.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매우 균형 잡힌 관계라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영국이 한국에 수출한 서비스 부문 수출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는 영국 서비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양국의 FTA 협정을 강화하려 한다. 영국 입장에서 한국은 교역량 23위 국가다. 앞으로 2년 안에 20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양국 무역을 늘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디지털(Digital), 탈탄소(Decarbonization), 국방(Defense) 등 세 가지 영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3Ds라 부른다. 첫 번째는 디지털이다. 한국과 영국은 기술 분야에서 리더십을 갖고 있다. 양국 무역의 80%는 서비스 사업이고, 이 중 80%는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한국과의 FTA 개선 협상 중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디지털 조항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탈탄소는 영국이 글로벌 리더인 해상 풍력을 살리려 한다. 한반도 주변의 지형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중에서 해상 풍력에 대한 관심을 공동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무탄소 기술을 연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방 영역으로, 양국의 군사 협력이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형 방산업체와 영국 방산 업체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이후 양국의 관계에 변화가 있다고 보나.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양국은 ‘다우닝 스트리트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우닝 스트리트 협정에는 AI, 양자컴퓨팅,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대 450만 파운드의 공동 연구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이제 양국은 함께 일할 수 있는 견고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영국과 한국 기업이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줬다. 이는 양국이 더 이상 ‘거래 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했을 당시 한국 기업은 영국에 210억 파운드(약 35조2756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영국 정부는 양국의 무역 및 투자 증가로 1500개 이상의 고도로 숙련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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