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폭발 '시니어 주택'…보증금 10억에도 1~2년 '대기'[집피지기]

고가혜 기자 2024. 2.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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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광진 등 고급 실버타운, 보증금 10억에도 공실 없어
민간 건설사들, 앞다투며 시니어 주택 개발 나서고 있어
2025년께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 20% 초과 전망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실거주할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혼자 살고 있다 보니 차라리 은퇴 후에는 집을 팔고 실버주택에 들어가 월세를 내고 케어를 받으며 거주하는 것은 어떨까 고민 중입니다."(인천 거주 60대 A씨)

저출산 문제로 젊은 세대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력 있는 고령 인구의 주거 수요가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실버주택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내년 10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공급하는 시니어 주택 'LV르웨스트'는 표준형 기준 최고 보증금 18억원에, 월 임대료 및 생활비는 500만원이 넘지만 총 810가구 중 저층 일부를 제외한 90%의 임대계약이 완료됐습니다.

또 경기 용인시 '삼성 노블카운티'와 서울 광진구 '더 클래식 500' 등 기존에 지어진 고급 실버타운도 보증금이 대형 평수 기준 10억원 이상에 달하지만 공실이 거의 없고, 입소 대기 기간만 1~2년에 달할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수요에 민간 건설사들은 앞다퉈 시니어 주택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업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시니어 주거공간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경기 하남시를 시니어 주택 개발지 후보로 삼아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인력을 채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건설사업관리(CM) 전문 기업인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는 지난 6일 '시니어 주택 개발 및 운영 세미나'를 열고 내년 3월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총 115가구 규모의 시니어 주택인 '위례 심포니아'를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앞다퉈 시니어 주택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못미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시니어주택(유료 노인복지주택)은 전국 39곳, 8840가구 규모에 불과합니다. 반면 같은 해 기준 65세 인구는 898만명에 이르죠. 오는 2025년에는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전문가들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니어주택의 공급이 절실하다고 얘기합니다. 주서령 경희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곧 1000만명을 넘게 되는데, 시니어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소득과 고령자 특성, 공급 특성에 따라 다양한 주거선택이 가능하도록 주거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도 시니어 주거환경 관련 정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화성동탄2택지개발지구 의료복지시설 용지에 국내 첫 의료복지시설인 '헬스케어 리츠'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회에서는 지난해 1월 고령화시대 노인주거시설 확충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가 함께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형 은퇴자마을(도시) 도입에 관한 연구'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회를 시작으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한국형 은퇴자마을(도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물론 일각에서는 고령 인구의 주거지원에도 빈부격차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완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책임연구원은 "실버타운과 같은 시니어 주택의 경우 일정 규모의 자산을 가진 고령층만 거주 가능하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인복지주택 맞춤형 주택연금 시스템을 마련하고, 위탁 운영이 가능한 법인 요건 완화 등을 통해 건설업과 금융업 등의 산업군이 시니어 주택 사업에 참여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우리네 부모님 세대의 은퇴 시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 문제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주거 패러다임 전환도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 및 민간의 노력으로 어떤 새로운 주택 유형이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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