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역사에 임기 채운 감독 단 한 명…'타이거즈 잔혹사' 이번엔 끊을까

권혁준 기자 2024. 2.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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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9' 이끈 명장 김응룡 감독 외 모두 임기 중 경질·사퇴
김종국 감독 개인 비위 얽혀 계약해지 …후임 감독 관심
'타이거즈 잔혹사'를 유일하게 비껴간 김응용 전 감독.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IA 타이거즈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이다. 프로 원년인 1982년 '해태 타이거즈'로 출발해 2001년 모기업이 바뀌면서 팀명이 바뀐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만 무려 11차례 일궜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횟수다. 11번을 우승하면서 준우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또한 대단한 기록이다.

그런데 의외로 '타이거즈 감독'의 말년은 썩 좋지 못했다. KIA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총 10명의 사령탑(감독대행 제외)을 배출했는데, 이 중 계약기간을 다 채우고 물러난 감독은 한 명밖에 없다.

그 한 명은 '명장' 김응용 감독(85)이다. 김 감독은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8시즌동안 타이거즈 사령탑 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00년 시즌을 마친 김 감독은 2001년 삼성 라이온즈로 스카우트 돼 팀을 떠났다. 당시 모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해태는 명장의 이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성한 전 감독. /뉴스1 DB ⓒ News1 유경석 기자

42년 중 절반에 가까운 18년을 책임진 김응용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감독은 모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지휘봉을 놓았다.

타이거즈 초대 감독인 고(故) 김동엽 감독은 개막 원년 단 13경기만 소화한 뒤 팀을 떠났다. 코칭스태프와의 불화 등으로 개막 한 달을 넘기지 못한 채 '총감독'으로 이동하며 사실상 해임됐다.

2대 김응용 감독의 장기집권 이후 팀을 맡은 이들도 하나같이 끝이 좋지 못했다.

김응용 감독의 뒤로는 '타이거즈 왕조'를 함께 했던 이들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김성한(2001~2004), 유남호(2004~2005), 서정환(2005~2007) 감독 모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KIA의 10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조범현 전 감독. /뉴스1 DB ⓒ News1 김민지 기자

이 중 김성한 감독은 해태에서 KIA로 모기업이 바뀐 팀을 추슬러 2002~2003년 2년 연속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등 성과도 냈다. 하지만 2년 연속 정규시즌 2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에서 '업셋'을 당해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고, 2004년 정규시즌 성적이 추락하자 경질됐다.

이어 선임된 조범현 감독은 '타이거즈'와 접점이 없는 인물이었다. 조 감독은 2008년부터 지휘봉을 잡아 2009년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를 누르고 KIA가 염원하던 10번째 우승을 안긴 인물이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0년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지며 포스트시즌에도 나가지 못했고, 2011년에도 4위에 그쳤다. KIA 팬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조 감독은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 뒤로 지휘봉을 잡은 이가 바로 '타이거즈의 상징'과도 같은 선동열 감독이었다. 선 감독은 이미 삼성을 두 차례 우승으로 이끈 경험도 있었기에, '타이거즈 순혈'에 능력까지 검증된 선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선동열 전 감독. /뉴스1 DB ⓒ News1 황희규 기자

하지만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선 감독이 이끈 KIA는 2012~2014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013, 2014년은 9개 팀 중 8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KIA는 선 감독에게 2년 재계약을 안기며 신임을 이어갔는데,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끝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 뒤로 지휘봉을 잡은 이는 김기태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내세운 김 감독은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17년 극적인 우승을 일궜고, 3년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8년 다시 성적이 하락세를 보이며 흔들렸다. 2019년엔 선수 기용과 혹사 등의 문제까지 터져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결국 자진사퇴했다.

김기태 감독을 떠나 보낸 KIA는 2020년, 구단 사상 최초의 외인 사령탑인 맷 윌리엄스 감독을 선임했지만, 그 역시 임기 1년을 남기고 경질됐다.

김기태 전 감독. / 뉴스1 DB ⓒ News1 황희규 기자

그리고 2022년부터 KIA를 이끈 사령탑이 김종국 감독이었다. '외인'에서 '타이거즈 순혈'로 다시 급격한 변화를 한 셈인데, 이번엔 성적과 별개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김 감독은 1년 전 '뒷돈' 논란으로 팀을 떠난 장정석 전 단장과 마찬가지로 금전 비위에 얽힌 것이 드러났다. 그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적어도 야구 외적인 문제로 팀을 떠난 감독은 없었기에, 이번 김종국 감독의 사례는 타이거즈 역사에도 큰 흠결로 남을 일이다.

김종국 전 감독.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특히 스프링캠프를 앞둔 1월에 감독이 물러난 사례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2024시즌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KIA는 수장이 사라지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KIA는 최대한 빠르게 새 감독을 선임해 팀을 추스르고 새 시즌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스프링캠프 종료 전인 2월 중 새 감독을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심재학 단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들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종 후보군을 추려 놓았다. 이에 조만간 후보 감독들에 대한 면접이 진행될 전망이다.

'명문 구단'이라는 타이틀과 걸맞지 않게 늘상 끝이 좋지 못했던 '타이거즈 사령탑'. 그 중에서도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KIA는, 이번엔 '잔혹사'를 끊을 사령탑을 맞이할 수 있을까.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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