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공장 건설' 추진하는 북한…현실은 6시간 가동도 힘들어
공장 지어도 문제…원자재·전력난에 '공장 가동 6시간↓' 3분의 1 넘어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도농 격차 해소를 위해 대대적인 지방공장 건설 계획을 제시했지만 그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력·원자재 부족으로 하루 6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9일 통일부가 2013~2022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경제·사회 심층정보 수집' 사업 실행 결과를 담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도시와 지역의 경제적 격차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선 북한식 사회주의의 근간인 배급제가 지방에선 거의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 출신 탈북민 중에선 식량 배급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가 60.9%였지만, 이외 접경(33.9%), 비접경(30.1%) 지역은 30%대에 불과했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70% 가까이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필품 역시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이후 탈출한 탈북민들의 71.1%가 생필품을 전혀 공급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생필품 배급 조사의 경우 평양 출신과 지방 출신을 따로 구분하진 않았지만 조사 대상자 중 평양 출신이 2.7%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 주민들에게 생필품이 제대로 배급되지 않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에 김 총비서는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지역 인민들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지방 경제가 초보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한심한 상태"라며 해결책으로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내놨다. 매해 20개 군에 경공업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모든 시, 군 인민들에게 식료품, 생필품을 원활히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2021년부터 농촌지역에 현대식 주택을 건설하는 '농촌살림집 건설'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현대식 공장까지 대대적으로 건설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간 지속된 대북제재와 경제난,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인한 재정 및 자원의 한계 때문이다.
공장 건설 사업이 마무리된다 해도 생필품·식료품이 정상적으로 생산·공급돼 지방 주민들 삶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존하고 있는 공장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다.
김 총비서가 집권한 2012년 이후만 보면 기업소의 평균 규정 가동 시간은 10.6시간이었지만 평균 실제 가동 시간은 8.5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동 시간이 6시간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가 37.6%로 가장 많기도 했다. 이어 7~12시간(25.5%), 24시간(10%), 13~23시간(5.5%)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북한 내 공장의 3분의 1 이상이 하루 6시간도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 원자재 등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워 공장 가동이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2012년 이후 탈북민들의 32.7%가 '원자재 확보의 어려움'을 생산의 장애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력 부족'(23%)이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기업의 하루 전력 공급량이 12시간도 안 된다는 응답이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8.6%가 하루 전력 공급시간이 1~6시간이라고 답했고, 22.4%가 7~12시간이라고 밝혔다.
북한도 지방발전 20X10 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인정하며 당 일꾼들의 '노력'을 다그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농촌살림집 건설이 전국적 판도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거창한 전선을 형성하고 이 두 혁명 단계를 병행해 수행한다는 것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백절불굴의 투지와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력만으로 자원의 한계를 메우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당 간부들이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제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탈북민들의 절반에 가까운 48.6%가 직장에서 식량배급이나 노임(생활비)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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