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플루언서의 종목 추천 후 매매차익, 유죄 기준은?[꾼들의세계]

유희곤 기자 2024. 2.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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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슈카’(본명 전석재)가 출연하는 금융감독원의 불법 리딩방 피해예방 홍보 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나 인터넷카페 등을 운영하는 주식전문가나 증권방송전문가가 구독자(시청자)와 회원에게 특정 기업 주식의 목표가를 제시한다. 매수세가 들어와 주가가 급등했는데 이들은 해당 종목을 미리 사 둔 상태였다. 특정 증권을 미리 매수했다가 장기투자로 추천한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스캘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소위 ‘핀플루언서(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의 불공정거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법원에서 문제삼은 점들을 (참고해) 증거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참고하는 판례 중 하나는 파기환송심만 두 번 있었던 증권방송전문가 A씨 사건이다. A씨는 2011년 10월4일부터 안랩, 바이오스페이스(현 인바디), 서한, 바른손 등 4개 종목 주식을 매수했다. 이후 한국경제TV와 한국경제TV가 운영하는 인터넷카페 등에서 해당 종목을 추천한 후 주가가 오르자 매도해 2012년 1월9일까지 3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당국이 스캘핑 사례를 적발한 것은 A씨 사건이 처음이었다. 재판은 2014년 6월13일 1심 무죄, 그 해 12월19일 2심 무죄, 2017년 4월7일 대법원(상고심) 파기환송, 2018년 8월16일 파기환송심 무죄, 2022년 5월26일 대법원(재상고심) 재파기환송, 그 해 9월22일 재파기환송심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벌금 1억원)까지 8년 넘게 이어졌다.

핵심은 내부자 거래, 시세조종(주가조작)과 함께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인 부정거래행위 요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와 ‘위계’(속임·제178조 제2항)의 의미는 무엇인지, 투자자문업자 등의 어떤 행위를 ‘증권의 매수 추천’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매수(미리 사 둠)해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매수를 추천하는 것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이자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전 재판부는 A씨가 투자자에게 자신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A씨가 ‘증권의 매수 추천’을 했는지도 앞선 재판부는 “매수를 부추기거나 그런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행위였다”고 판시했지만 재상고심은 “방송의 파급력과 당시 피고인(A씨)의 지위, 소개한 내용이나 밝힌 의견은 투자자에게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판단했다.

재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희)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이 얻은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부당이득 산정 기준이 명문화됐다. 과징금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할 수 있다.

금감원이 참고하는 또 다른 판례는 김정환씨(55)가 지난해 11월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A씨처럼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과 제2항, 매수 추천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씨는 일명 ‘슈퍼개미’로 불리는 유튜버로 (기소 당시) 구독자가 55만명이었다. 검찰은 A씨가 2021년 6월15일부터 2022년 6월20일까지 매수했던 5개 종목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매수 추천을 한 후 자신은 매도해 59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봤다.

반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정도성)는 김씨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나 ‘위계’를 사용하지 않았고, ‘매수 추천’을 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5개 종목을 검찰이 특정한 부정거래 기간보다 짧게는 5개월, 길게는 2년여 전부터 계속 매수하면서 보유하고 있었고,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종목이 전망이 좋다는 취지의 언급을 이전부터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주식 매매가 스캘핑인지 장기투자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김씨가 부정거래 이전부터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알린 점도 무죄 선고의 근거로 꼽았다. “주식이 급등하면 반드시 일부 팔아서 수익실현을 해야 한다”거나 일부를 매도하라는 취지로 말한 만큼 해당 종목 매수를 추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 사건은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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