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트럼프 후보 자격 박탈' 구두변론 마무리…박탈 가능성 낮아
대법원, 판결 시점도 주목…과거 2000년 때 3일 만에 판결하기도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여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심리가 8일(현지시간) 개최돼 2시간여만에 마무리됐다.
연방대법원은 조만간 비공개 회의를 열고 표결을 진행한 뒤 의견서 초안 작성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올해 대선 출마 여부가 달려 있는 만큼 연방대법원이 사상 초유의 사건에 대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 구도로 구성돼 있는 데다 법적·정치적 측면 등을 고려해 볼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한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2시간여 진행된 이번 구두변론의 핵심은 수정헌법 제14조 3항을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뒤 모반이나 내란에 가담하거나 그 적들에게 도움을 준 자는 연방 상·하원의원이나 대통령 및 부통령을 뽑는 선거인, 연방정부 및 주 정부 등의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연방의회에서 3분의 2의 찬성으로 사면받은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고 보고, 해당 조항을 적용해 콜로라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수정헌법 14조3항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 측 인사들이 공직을 맡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후보 자격 여부 판단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측 조너선 미첼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조3항에 규정된 '공직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정헌법에서 규정한 '공직자'는 대통령 자신이 아닌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 공무원들을 의미한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측의 설명이다.
미첼 변호사는 또 "반란을 위해선 폭력을 통해 정부를 전복하려는 조직적이고, 조율된 시도가 있어야 한다"며 1·6 의사당 사태에 대해 "반란(insurrection)이 아닌 폭동(riot)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비록 후보자가 반란자로 인정됐다 하더라도 수정헌법 14조3항은 여전히 공직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선거 후 (연방)의회가 그 장애를 해제할지 여부를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완전한 면책특권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맞서 콜로라도 유권자측 제이슨 머레이 변호사는 "1812년 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수도가 폭력적인 공격을 받았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방해하기 위해 공격을 선동했다. 헌법에 반하는 반란에 관여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 공직 자격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머레이 변호사는 또 "법원은 트럼프 측의 정치적 폭력 위협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트럼프의 입장은 정치적인 것이며 합법적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전처럼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구두변론에서 대법관 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꺼려하는 기류였다고 전했다.
대법관들은 1·6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반란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에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대신 정치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 문제에 도달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들을 판결할 수 있는 여러 우회로에 주로 관심을 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각 주가 다양한 후보자들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상이한 증거에 의존해 다른 기준을 채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할 경우, 다룬 주들이 민주당 후보들의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도 "왜 하나의 주(州)가 자신들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가의 나머지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느냐"라고 지적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구두변론이 마무리되면서 대법원이 언제,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변론이 끝난 뒤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기까진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상 초유의 사안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신속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측과 콜로라도 유권자측 모두 대법원에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NYT는 콜로라도 유권자측은 콜로라도주가 투표용지를 발송하기 전날인 오는 11일까지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시한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며 콜로라도를 포함해 15개주에서 동시에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내달 5일 슈퍼화요일 전에 판결을 내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방대법원의 관례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변론을 종결한 뒤 수일 내에 비공개 회의를 열고 표결을 거쳐 다수 의견을 결정한다. 이후 다수와 반대 및 소수의견 등의 초안을 작성하고 회람 절차를 진행한다.
미 언론들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맞붙은 가운데 재검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연방대법원에 소송이 제기된지 3일만에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신속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구두변론이 마무리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아름다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계속되길 바란다"면서 "저는 오늘 (우리측) 변론이 매우 좋은 변론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대법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은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런 자신에게 "우리는 당신이 출마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그것은 꽤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것을 대법원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의한 더 많은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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