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라이선스 따고 사명 바꾸고’…AC의 진화
영역 확대 VC에 위기감…AC도 전략 다변화
VC 라이선스 획득한 AC 3곳, 후속투자 강화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박소영 기자]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 도우미를 자처해온 국내 액셀러레이터(AC·창업 기업이 초기 단계에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들이 역량 확대에 한창이다. 초기 스타트업 발굴·육성 등 AC의 기존 역할에서 더 나아가 후속 투자에 힘을 실으면서 벤처캐피털(VC) 역할을 일정 부분 겸하는 모양새다. 내로라하는 AC들은 일제히 VC 라이선스를 추가로 취득하며 듀얼 라이선스 전략을 펼치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는 사명 자체를 변경하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어든 지난 2년 여의 기간 동안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온 VC들이 초기 스타트업 투자 검토까지 나섰다는 점은 AC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후속 투자 역량이 부족한 AC 대비 초기부터 후속까지 이끌 수 있는 하우스가 투자하는 것을 보다 반겼다. AC들이 VC 라이선스를 따기 시작한 배경이다.
실제 국내 AC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VC 라이선스를 신청해왔고, 최근까지 세 곳이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가장 처음으로 VC라이선스를 획득한 곳은 퓨처플레이다. 지난 2013년 설립된 퓨처플레이는 기술 사업화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비 창업부터 사업 초기 단계까지 스타트업 성장을 밀착 지원해왔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뷰노 ▲핀다 ▲티오더 ▲두들린 등이 있다. 회사는 VC 라이선스를 토대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하는 동시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후속투자 역량 또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에트리홀딩스는 라이선스를 신청한지 한 달만인 지난 1월 벤처투자회사 등록을 마쳤다. 에트리홀딩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공기술 사업화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 2010년 설립한 투자사다. 주로 ICT 융합, 소재·부품·장비, 바이오·메디컬 영역을 중심으로 공공기술 사업화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마음AI ▲진시스템 등이 꼽힌다. 에트리홀딩스는 이번 VC 라이선스 확보에 따라 기업가치가 높은 초기 스타트업부터 프리 IPO를 앞둔 기업까지 다양한 곳에 재원을 쏟을 계획이다.
에트리홀딩스에 이어 소풍벤처스도 최근 VC 자격을 취득했다. 소풍벤처스는 지난 2008년 설립된 국내 1호 임팩트 투자사다.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함께 달성하는 투자를 일컫는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동구밭 ▲농사펀드 ▲시소 ▲채식한끼 등이 꼽힌다. 소풍벤처스는 이번 VC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후속 투자와 글로벌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예 사명을 바꾸며 ‘투자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례도 나왔다. 최근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매쉬업엔젤스는 사명을 ‘매쉬업벤처스’로 변경했다. 약 10년 이상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하고 육성해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투자 저변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실제 회사는 투자 규모를 기존 3억에서 최대 5억원까지 증액했고, 기존 포트폴리오사에 대한 후속 투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AC 한 대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초기 스타트업을 보육할 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투자와 보육이 필수인 AC의 특성상 운용자금을 늘려 보다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에 기회를 주는 의도도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행보”라고 말했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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