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연장전’ 4월 총선…최대 변수는 ‘내부 갈등’

성한용 기자 2024. 2.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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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19
4·10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의미와 전망
2022년 3·9 대선 ‘윤석열 대 이재명’ 연장전
‘친명’-‘비명’ 내분 격화로 탈당 잇따를 수도
‘현재 권력 윤석열’-‘미래 권력 한동훈’ 갈등

4·10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달 앞이다. 누가 이길까? 국민의힘일까? 더불어민주당일까? 알 수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60일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 시점에서 판세는 어떨까? 양쪽 정당 ‘선거 귀신들’한테 물어봤다. 양쪽 모두 “우리가 불리하다”고 했다. 엄살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박빙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이번 총선은 2022년 3·9 대선 연장전이다. 지난 대선은 ‘심판론 대 심판론’, ‘빌런 대 빌런’의 격돌이었다. 박빙이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 이재명’의 결투는 끝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둔 여론 지형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 직무평가와 정당 지지도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평가는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의 대략 두배다. 의원내각제 같으면 내각이 총사퇴하고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는 엇비슷하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서지 못한다. 희한한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여론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다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층이 상당히 두껍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4·10 총선의 향배가 바로 여기에 달렸다. 부동층을 많이 가져가는 쪽이 이긴다. 제3지대의 성패도 여기에 달렸다.

판세를 읽고 선거를 전망하려면 편견을 버려야 한다. 여야가 내세우는 구호에 현혹되면 안 된다.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 정권 심판론은 가설에 불과하다. 정치학자들이 그냥 관성적으로 하는 얘기다. 미국은 그런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은 대체로 여당이 이겼다. 1988년 13대 민주정의당(민정당), 1992년 14대 민주자유당(민자당), 1996년 15대 신한국당, 2004년 17대 열린우리당, 2008년 18대 한나라당, 2012년 19대 새누리당, 2020년 21대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나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2000년 16대 한나라당, 2016년 20대 더불어민주당만 야당이 여당을 누르고 1당을 했다.

둘째, 운동권 심판론은 허구다. 민주당이 운동권 정당이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은 일반 국민의 인식과 차이가 있다. 극우 성향 논객이나 유튜버들이 관성적으로 하는 얘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표는 운동권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운동권이 아니다.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것은 운동권 정당이어서가 아니다. 다른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도덕성이다. 착하게 살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착하게 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하나는 무능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 민심이 야당으로 넘어갔다.

정권 심판론과 운동권 심판론을 걷어내면 각 정당 내부 갈등이 눈에 들어온다. 정당마다 골치 아픈 속사정이 있다. 극복하지 못하면 총선에서 패배한다. 선거는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못해서 지는 것이다.

민주당

민주당 내부에는 이번 공천의 공정성에 대해 벌써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의 경쟁자였던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검증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김윤식 전 시장은 무소속이나 신당으로 출마할 태세다.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의 경쟁자였던 전병헌 전 원내대표도 검증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당했다. 전병헌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초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신당 출마가 예상된다.

이처럼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6일 “‘윤석열 검찰 정권’의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두 사람의 언쟁은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깊은 수렁을 상징한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있느냐, 이재명 대표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대선 패배 책임론’이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임종석 전 실장 공천 여부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가르는 시금석이 되어버렸다. 불길한 조짐이다.

민주당에서 추가 탈당자가 얼마나 나올까? 현역 의원 감점 대상자 통보가 1차 고비다.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하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 경선을 치른 뒤에도 탈당자가 나올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에서 진 사람이 같은 지역구에 후보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하는 것은 가능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은 총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크게 묶는 데 성공하면 민주당과 야권 전체에 유리할 것이다. 4년 전처럼 부분 통합에 그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협상에서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작은 정당들을 ‘거지’ 취급하면 판이 깨진다. 녹색정의당의 판단과 선택도 중요하다.

국민의힘

검찰에서 일가를 이루었던 ‘윤석열 사단’의 수사 기법은 ‘표적 수사’와 ‘먼지털기 수사’였다. 표적을 정하면 무차별 압수수색으로 모든 혐의를 탈탈 턴다. 언론에 혐의를 조금씩 흘리며 유리한 여론 지형을 조성한다. 그래야 구속이 쉽기 때문이다.

피의자를 구속하면 수사는 끝이다. 몇년 뒤에 나오는 법원의 유무죄 선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피의자가 그렇게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과거 윤석열 사단이 수사할 때와 똑같은 수법으로 이번 총선을 치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로, 타고난 싸움꾼인 한동훈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울 때부터 예고된 전술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민주노총 등을 ‘부패한 범죄자’, ‘운동권 정당’, ‘기득권 카르텔’로 몰아붙이며 이념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만 무너뜨리면 나라가 잘되고 경제도 좋아진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성공할까?

‘현재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동훈 위원장의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과 김건희 여사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다. 지난 7일 밤 한국방송(KBS) 특별대담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알 수 있다. 주진우·이원모 등 최측근들을 선거에 내보낸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총선 승리가 최우선 목표다. 총선에서 지면 그의 정치적 미래는 사라진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의 공천을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사이에 긴장감이 도는 것은 그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갈등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방송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에 대한 사과를 끝내 거부했다. 다음날 한동훈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제가 세세한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피해 갔다.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두 사람의 갈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제3지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 상식’이 ‘제3지대 제정당 원탁회의’라는 회의체를 구성했다. 최종 목표는 합당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제3지대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까? 선거법은 득표율 3% 이상, 지역구 당선 5석 이상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4년 전 선거에서 정의당은 9.67%로 비례대표 5석, 국민의당은 6.79%로 3석, 열린민주당은 5.42%로 3석을 받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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