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대표팀 발탁된 ’슈퍼 루키’ 박무빈 “태극마크 전혀 부담 없다”
유기상·문정현과의 신인왕 경쟁에 "나는 도전자"
"개인 타이틀 큰 욕심 없어"
대표팀에선 "부담 갖기보단 많이 배우고 오겠다"
박무빈(울산 현대모비스)의 시즌 시작은 늦었다. 지난해 9월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프로농구 개막 전 입은 발목 부상 탓에 12월 7일 서울 SK전이 돼서야 정규리그 코트를 밟았다. 그사이 그와 함께 신인 ‘빅3’로 분류됐던 유기상(창원 LG)과 문정현(수원 KT)은 각자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들의 활약이 거듭될수록 신인왕 경쟁에서 박무빈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그러나 그는 정규리그 데뷔 이후 평균 9.05점 4.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부상으로 이탈한 서명진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팀의 봄 농구(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 유지에 크게 공헌했다. 한발 늦게 코트에 뛰어들었음에도 올 시즌 유력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박무빈을 6일 경기 용인 현대모비스 용인체육관에서 만났다.
“수치상으로는 제가 더 낫지만, 전체적으로는 제가 (유)기상이에게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무빈은 신인왕 향방을 예측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자세를 낮췄다. 그는 “기상이는 (나와 달리) 정규리그 초반부터 계속 경기를 뛰어왔고, (문)정현이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내가 앞으로 남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서 현재 기록을 유지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분명 도전자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신인왕 후보 3인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정현이는 신장이 작은 선수가 있으면 인사이드 공격이 가능하고, 약점이라고 평가받았던 3점슛도 이제 자신 있게 쏘고 있다”며 “수비 역시 뛰어난 선수다. 결국 다재다능함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유기상에 대해서는 “슛이 정말 좋고, 팔이 길어 수비하기에도 유리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3&D(3점슛+수비력)’ 자원으로 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장점은 기술적인 면을 언급하지 않은 채 “누구를 상대해도 기죽지 않는 자신감”이라는 말로 갈음했다.
심지어 그는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크지 않다. 박무빈은 “무언가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결과가 더 안 좋더라”며 “올 시즌 올스타브레이크 전에도 ‘이 정도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더니 그 시기에 성적이 가장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상에 욕심을 내다 보면 팀 성적까지 안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평소 신중한 그의 성격이 묻어난 발언이기도 하다. 그는 고려대 재학 중 얼리 드래프트로 프로 무대에 데뷔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4년의 캠퍼스 생활을 꽉 채웠다. 이에 대해 박무빈은 “나도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서 빨리 배우고 프로에 가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입학하고 나니 주희정 감독님의 가르침을 비롯해 대학에서도 배울 게 많더라”며 “얼리 드래프트의 메리트라면 1, 2년의 추가 연봉과 경험 정도인데, 내가 상위 1% 안에 드는 특급선수가 아니라면 (프로에 일찍 간다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프로무대도 배움의 연속이다. 그는 “빡빡한 일정과 긴 이동시간을 처음 겪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며 “외국 선수들의 존재도 대학리그와의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허리부상으로 고생 중인 박무빈은 몸 관리의 필요성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고참 형들과 트레이너 형들의 조언을 참고해 나에게 맞는 관리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무대 적응에 한창인 그는 얼마 전 또 다른 과제도 받아 들었다. 새롭게 농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안준호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 그는 최종엔트리 12명의 일원으로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윈도우-1’에 참가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사 등으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부각된 만큼, 대표팀 막내인 그에게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박무빈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클럽농구를 할 때 ‘긴장을 하면 하나도 도움 되는 게 없다’라는 걸 깨달았다”며 “이때부터 농구할 때만큼은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찬가지로 태극마크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다”며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다른 나라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내 실력을 다 보여주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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