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낙선 측이 “대선 패배 책임지라” 남 탓 한다니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권 핵심 관계자들에게는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정권을 넘겨준 원인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대선 패배 책임론’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운을 뗀 데 이어,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7일 라디오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 아니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분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추미애 전 법무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책임을 져야 할 임종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들은 총선 출마 준비 대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7일 한 언론은 친명 지도부가 임종석 출마 불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당내 흐름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뺄셈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같은 당 내에서도 갈등과 ‘정치’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지난 대선 때 당 후보로 나서 패배한 사람들이 대선 과정에 밀려나 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은 적반하장과 본말전도의 느낌을 준다. 대선 당시 상대편이었던 국민의힘 진영은 여러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후보와 당대표 간의 분열까지 겹치면서 자멸 위기를 맞았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 특혜,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수십억 변호사비 대납, 대법관 재판 거래 등 선거 기간 줄줄이 쏟아져 나온 이재명 후보의 의혹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대선에 낙선한 이 대표는 낙선 몇 달도 안 돼 국회의원이 되고, 곧 이어 당대표가 됐다. 낙선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은 것이다. 그 후엔 쉬지 않고 방탄 국회를 열면서 입법 폭주를 거듭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대선에 관여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선 패배 책임지라”고 하니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식 밖 행태로 핍박해 도리어 정치적으로 키워 준 추미애 전 장관이 남 탓 손가락질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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