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TV조선을 틀면 ‘따뜻한 가족애’가 흐른다

윤수정 기자 2024. 2.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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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미스터로또’ 설 특집
12일 밤 ‘조선의 사랑꾼’
14일 밤 ‘아빠하고 나하고’
그래픽=송윤혜

#1. “당신을 사랑하고/좋아하는 거 공짜~!” 29세 신인 가수 박지현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한 38년 차 선배 가수 강진의 곡 ‘공짜’를 간드러지게 소화해 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진다.(금요일 ‘미스터 로또’의 한 장면)

#2. ‘54세’ 늦둥이 배우 아빠는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한 아내와 첫아들 ‘추석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오며 감격에 빠진다.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추석이 아버님’으로 난생처음 불려본 초보 아빠는 어색함과 감동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월요일 밤 ‘조선의 사랑꾼’ 최성국 편 중에서)

#3. 2017년 졸혼 선언 이후 집을 떠난 배우 아빠는 7년 만의 절연 끝에 재회한 딸과 어색한 식사 자리를 갖는다. 그간 ‘아빠가 엄마에게 쏟아낸 비난’들이 아팠다는 딸에게 아빠는 “난 사랑을 잘 못 배웠다”는 답변을 어렵게 꺼낸다.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처음 제대로 마주한다.(수요일 ‘아빠하고 나하고’ 백일섭 부녀 편)

최근 TV조선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TV조선의 프라임 방영 시간대인 ‘오후 10시’를 월·수·금 돌아가며 지키고 있다는 것. 둘째는 세 방송 모두 순간 최고 시청률 5~6%대를 굳건히 지키면서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들을 밀어내고 종편 방송사 1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은 ‘무해한 가족애’를 주제로 앞세워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선의 사랑꾼’이 이제 막 결혼한 초보 부부들의 설렘과 좌충우돌을 그린다면, ‘아빠하고 나하고’는 엄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가장’으로서 무게감을 짊어진 아빠와 자녀들의 관계 회복을 그린다. 미스터트롯2 출신 톱7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미스터로또’는 얼핏 가족애와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남녀노소를 관통하는 폭넓은 선곡이 다양한 연령대를 넘나든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족 사랑 예능’이라는 키워드는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지점.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국내에선 OTT의 선전으로 TV 방송사들의 프라임 시간대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에 비교해 본다면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했다. 아직도 문화계 TV 방송의 영향력이 강한 일본은 ‘오후 10시’가 저녁 뉴스 후 인기 드라마를 방영하는 황금 시간대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에선 OTT의 등장 이후 본방보단 재방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졌고, 프라임 시간대를 ‘오후 10시 10분’ ‘오후 10시 30분’ 등 분 단위로 쪼개는 경우도 잦아졌다. 정 평론가는 “‘가족애’라는 키워드는 타 연령대에 비해 프라임 시간대 TV 시청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중·장년층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큰 인기를 이끌고 있는 트로트 방송 열풍이 더해져 다른 방송의 고정 시청층을 끌어오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날 연휴에도 따듯한 ‘가족애’를 선사

TV조선은 이번 설 연휴 기간 전후로도 TV 스크린을 따끈하고 무해한 가족애로 꽉 채울 계획이다. 9일 밤 10시 방송되는 ‘미스터로또’는 ‘로또를 꺾고 뒤집어라’ 특집 2탄을 선보인다. 현재 경연이 진행 중인 ‘미스터트롯3′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화제의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체조 트롯 창시자 신수지, 진주 아씨 채수현, 국악 영재 진혜언, 트롯 신동 한수정이 황금기사단(박서진, 김용필, 재하, 추혁진 등)의 특별 용병으로 출연한다. 이에 맞서는 톱7(안성훈, 박지현, 진해성, 나상도, 최수호, 진욱, 박성온)과 함께 듀스의 곡 ‘나를 돌아봐’ 등 세대를 관통하는 명곡 무대를 선사한다.

12일 밤 10시 ‘조선의 사랑꾼’에는 가수 태진아가 중증 치매 투병 중인 아내 이옥형씨와 함께 출연한다. 태진아는 자신의 히트곡 ‘옥경이’ 가사의 실제 주인공인 아내가 잃어가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집 안 곳곳을 추억의 사진들로 꾸며두고,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념 디너쇼 무대에서도 아내를 위한 세레나데를 준비한다. 태진아는 특히 “과거 한 식당에 들어온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나의 99%는 옥경이가 만들었다”며 “아내가 나를 천천히 잊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혀 주변의 눈물을 자아낸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설 연휴 직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14일 밤 10시에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 앞서 지난 7일 방송에선 처음으로 손주들 없이 딸 부부와 셋만의 외식에 나선 배우 백일섭과, 아버지의 친구들을 대접하기 위해 난생처음 부자만의 부여 오일장 방문에 나선 배우 박시후의 일정이 그려졌다. 가족만이 알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TV조선 관계자는 “최근 월·수·금 오후 10시 시간대의 세 방송을 이어 보면서 자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한 편의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 반응도 많다”면서 “설 연휴 온 가족이 TV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기회가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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