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살이로 모은 재산 기부한 할머니 “다 나눠주니 홀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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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의 80대 할머니가 식모살이하며 평생 모은 전 재산 5000만 원을 기부했다.
할머니께 전 재산을 기부한 이유부터 질문했다.
A 씨의 형편을 아는 센터 직원들이 "그냥 맛있는 것 잡수시고, 필요한 데 쓰시라"고 말렸지만 A 할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번에 A 할머니가 평생을 모아 기탁한 성금 3000만 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 청소년 가정 100가구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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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도움 감사… 나도 남 돕고파
- 돈 있으면 불안했는데 평온해져”
- 취약층 자녀 장학금으로 쓰기로
부산 북구의 80대 할머니가 식모살이하며 평생 모은 전 재산 5000만 원을 기부했다. 할머니는 언론사 취재를 극구 사양했으나 손녀 같은 기자의 거듭된 부탁에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끝내 인터뷰에 응했다.
8일 부산 북구 자신의 집에서 만난 A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두 다리에 수년 전 마비 증세가 시작돼 지금은 보행기나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힘들다. 할머니는 힘겹게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걸터 앉았다. 할머니께 전 재산을 기부한 이유부터 질문했다. A 할머니는 “세상 떠날 때 가진 것 없이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한평생 간직했어요. 이렇게 다 주고 떠날 수 있게 돼 참 홀가분할 따름이죠”라고 답했다.
A 할머니는 지난 1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행정복지센터 직원과 함께 은행을 찾았다. 그리고 전 재산이 담긴 적금 통장 2개를 해지하고, 전액을 북구에 기부했다. A 씨의 형편을 아는 센터 직원들이 “그냥 맛있는 것 잡수시고, 필요한 데 쓰시라”고 말렸지만 A 할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A 할머니는 “통장에 돈이 있을 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다. 기부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평온하다”고 말했다. 또 “혼자 사는 아픈 노인에게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와 도와주는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참 고마웠다.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곧 설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A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시댁에서는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마저도 지금은 연락이 끊겨 홀로 생활하고 있다. 건강한 몸이 가진 것의 전부였던 시절, 손에 물기 마를 새 없이 일하며 적금 통장에 한 푼 두 푼 모았다.
이번에 A 할머니가 평생을 모아 기탁한 성금 3000만 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 청소년 가정 100가구에 쓰일 예정이다. 또 2000만 원은 각 1000만 원씩 북구와 행정복지센터 이웃 나눔 사업으로 저소득 주민을 위해 사용된다. 이 소식을 들은 A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게 여태껏 한으로 남았다. 가난해서 못 배운 설움을 느끼는 이들이 없도록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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