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 휴가에도 GOP는 이상 無...여단장이 직접 챙기기도
GOP 대대장도 짧게나마 휴가를 간다. 그때 일반전초(GOP)는 누가 지킬까. 대대장이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부대대장 등 대리근무체계가 작동한다. GOP경계는 여전히 빈틈 없지만 대대장의 빈자리는 여단장에게 크게 와 닿는다. 여단장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박지용(46) 22사단 55여단장(대령)은 GOP를 직접 찾아간다고 했다.
박 여단장은 5일 기자와 만나 “김희섭 대대장이 휴가를 떠나면 내가 GOP에 올라가 동숙하며 철책을 돌아본다”며 “지휘관이 현장에 가면 일선 간부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박 여단장 역시 경기 연천 28사단에서 24개월동안 GOP 전담 대대장으로 근무한 경계작전 베테랑이다. 그는 “특정경비구역(청와대) 경계 근무도 해봤지만 GOP 대대장을 할 때의 압박감과 무게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박 여단장은 GOP대대장이던 2019년 7월 임진강 일대에서 월남하는 귀순자 유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철책을 감시하는 열상감시장비(TOD)에 오후 11시쯤 특이사항이 포착됐다. 모니터에 임진강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미상 물체가 나타났다. 근무 중이었던 영상감시병은 곧바로 이를 보고했다. 귀순자로 판단하고 유도조를 투입해 귀순자를 확보, 정보기관에 인계했다. ‘완전작전’이란 평가를 받았다. 영상감시병 두 사람은 49박50일 휴가를 헬기를 타고 떠났고, 당시 대대장이었던 그는 육군에서 우수 대대장에게 수여하는 김종오상을 받았다.
GOP대대장을 거쳐 그는 지난해 12월 GOP 전담 대대인 건봉산대대가 속한 55여단장에 취임했다. GOP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GOP 경계병력이 쉴 수 있도록 후방 여단 병력 100여명이 제설작전을 전담하도록 미리 투입하고, 하루에 한 번 꼴로 꼭 전방을 찾아간다.
건봉산 대대를 비롯해 55여단은 ‘V’자 계곡이 이어지는 험준한 지형을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남들은 임무수행이 어려운 정도를 넘어 불가능하다고 하는 곳에서 우리는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하지 못할 일을 해내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휘관을 상징하는 녹색 견장을 차고 있는 동안은 태백산맥을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재임기간 18개월 동안 여단 본부가 있는 고성에서 영서 방면으로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가족은 주말이면 그를 찾아오고 있다. 그는 “딸이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앞으로는 주말에도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으로 살았다면 더 많은 돈을 벌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삶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너무 식상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과 국민이 나로 인해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국가 안보를 지키며 더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크다.”
박 여단장은 GOP대대가 경계근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GOP 경계부대 시설 유지보수에도 손이 많이 간다. 연천에서는 민간 시설관리관을 고용해 수리가 가능했는데 고성은 고용할 인력 자체가 없다”며 “지휘관이 작전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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