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은 창작의 자양분…다작 시인이 말하는 독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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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 인생 단계는 없었다.
"어떤 책은 글쓰기를 동반하면서, 그러니까 기록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기꺼이 내 문학의 자양분이 되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문학에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 흔적을 남겼다는 말과 같다. 책이라는 물성은 얌전히 한자리에 있는 것과 어울리지만, 누구라도 그 책에 손을 대고 눈길을 붙이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성격으로 변모한다. 어떤 책은 적극성이 지나쳐 누군가의 정서와 사고방식과 글 쓰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어떤 책을 읽든 나는 조금씩 변한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많이 변할 때도 있다. 때로는 직전까지 지켜왔던 나의 신념을 한순간에 깨부수기도 한다." 독서 중인 김언 시인을 떠올려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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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 인생 단계는 없었다. 어렸을 때도, 학창 시절에도, 사회생활을 준비할 때도,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읽어온 책이 그 사람의 삶에서 아주 중요하고 단단한 필수요소로 녹아들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쓰는 독서인 김언 시인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 책들은 시인에게 어떻게 녹아들었을까. 일곱 권의 시집을 상재하고.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김현문학패’ 등 국내 유수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인정받아 온 김언 시인이 독서산문집을 냈다.
김언 시인은 책 머리말에서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 둘러싸여서 많은 생각을 하기는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대단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닐 터. 그저 책 한 권을 읽고 생각하고 메모해 뒀던 것을 정리하면서 감상문을 쓰고 서평을 쓰고 때로는 인상기 비슷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 말에서 겸연쩍은 듯, 혹은 부끄러워하는 듯한(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시인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조심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심지가 있었던 시인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올해로 등단 26년 차가 된 시인은 2000년대에 출간되어 잊혀가는 책 스물여덟 권을 다시 호명한다. 그중에는 절판되거나 품절된 책도 더러 있지만, 시인이 이 책들과 함께 건너갔던 독서 현장은 고스란히 소환됐다.
이 산문집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문학, 예술, 인문서에 대한 짧은 인상기를 토대로 한 독서일기 형태의 산문이다. 2부는 옛날이야기로 흘려보낼 수 없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 3부는 시인에게 문학적 자양분과 길잡이가 되었던 책, 4부는 시와 시인의 풍경을 거닐며 쓴 산문이다. 세상에 대한 궁극적 물음, 존재에 대한 감각, 문학적 체험 등을 펼치며 책이라는 폭풍우 속을 지나온 시인의 목소리가 맺혀 있다. 책의 줄거리나 내용에 의존하지 않고, 함께 골몰해 볼 수 있는 날카롭고 예리한 사실을 토대로 사유의 무대를 만든다.
“어떤 책은 글쓰기를 동반하면서, 그러니까 기록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기꺼이 내 문학의 자양분이 되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문학에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 흔적을 남겼다는 말과 같다. 책이라는 물성은 얌전히 한자리에 있는 것과 어울리지만, 누구라도 그 책에 손을 대고 눈길을 붙이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성격으로 변모한다. 어떤 책은 적극성이 지나쳐 누군가의 정서와 사고방식과 글 쓰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어떤 책을 읽든 나는 조금씩 변한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많이 변할 때도 있다. 때로는 직전까지 지켜왔던 나의 신념을 한순간에 깨부수기도 한다.” 독서 중인 김언 시인을 떠올려 주는 대목이다. 독서인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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