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길고양이 다크를 향한 응원 外
# 길고양이 다크를 향한 응원
다크 이야기- 정희선 그림책 /이야기꽃 /1만8000원
자갈치시장 생선장수 할매의 꿋꿋한 삶을 그린 ‘막두’의 작가 정희선이 새 그림책을 냈다. 고향 부산에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가 이번에는 고양이를 감싸 안는다. 무심한 듯 예민하고 까칠한 듯 속 깊은 길고양이 다크, 동백나무 아래 혼자 살던 다크에게 친구가 생겼다. 언제부턴가 날마다 찾아오던 소녀이다. 동백꽃 활짝 핀 날, 소녀가 그냥 가만히 오래도록 곁에 앉아있어 주었을 때 다크는 마음을 열었다.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을 아픔을 이겨내게 하는 건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다.
# 뜨겁고 아픈 국수 한 그릇
아들 지팡이와 국수- 이석란 시집 /푸른고래 /1만2000원
2014년 월간 ‘문예시대’로 등단한 이석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바람이 없는 그림자’ ‘달팽이의 꿈’에 이은 신작 시집에는 시인 자신과 가족, 살며 귀동냥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시 창작의 어려움, 오랫동안 불교를 통해 얻은 생각과 느낌의 시도 있다. 표제시 ‘아들 지팡이와 국수’는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탕자 이야기’가 아들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이 시는 세상을 떠도는 아들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았다. 국수 한 그릇이 뜨겁고 아프다.
# 시위 현장에 나타난 외계문어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연작소설집 /래빗홀 /1만6800원
강사법 개정과 팬데믹 이후 대학에서 비정규직 강사들의 대량 해고 사태에 맞선 농성 현장에 나타난 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고 외친다.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에 이어 2023년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의 관심을 받은 정보라 작가가 해양 생물을 주제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SF연작소설을 선보인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해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무시한 시설, 잔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다양한 현안이 녹아있다.
# 초보 농사꾼 좌충우돌 이야기
농촌 청년 성공스토리- 농촌진흥청 영농생활수기 수상작 모음집 /소금나무 /1만6000원
2023년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한 영농생활수기 공모전의 수상작 26편. 다양한 이유로 농업에 뛰어든 26명 청년이 점점 심해지는 기상이변과 농촌 사회의 문화, 경제적 어려움, 판로의 어려움 등등을 거쳐 어엿한 농부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부는 농업에 진출하려는 청년들에게 영농자금 지원, 기술 전수, 생활비 보전 제도 등의 혜택을 준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제도를 이용해 전자상거래까지 섭렵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까지 하는 등 농업 사업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 중국의 눈으로 본 우리 역사
정역 중국정사-조선·동이전4- 문성재 역주 /우리역사연구재단 /3만8000원
“요동(遼東)은 명·청대만 해도 산해관(山海關) 동쪽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보다 한참 동쪽에 있는 요동반도부터가 요동이라는 역사인식은 최근 100년 전에 갑자기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다.” 7세기 한·중 전쟁사 명장면을 ‘기전체’ 정사 ‘구당서’와 ‘편년체’ 사서 ‘자치통감’으로 읽어보는 책. ‘구당서’의 ‘동이전’과 ‘북적전’에서 소개한 고[구]려·백제·신라·왜국·말갈·발해말갈(대씨 발해) 등의 연혁·지리·풍속 관련 내용들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치통감’ 번역과 주석을 함께 수록했다.
#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교육법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최관의 지음 /보리 /1만6000원
39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해 온 최관의 교사는 “교사와 아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라는 걸 깨달았다. 초등학교 6년은 아이가 두렵고 힘든 일도 경험하며,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저자의 교육철학과 실천 사례를 담은 책이다.
교육이란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걸 스스로 챙기는 공부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세상을 읽어 내고 판단하고 결정해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하고 비교하는 교육에 지친 아이들, 이런 교육 환경에 시달리는 부모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 6·25참전 학도병 이야기
어느 학도병의 일기- 이동한 지음 /지평 /2만3000원
1930년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서 태어난 남성은 19세에 마산 창신학교에 다니다 6·25 전쟁이 터지자 학도병으로 자원한다. 그는 지리산 전투에 참전해 열심히 싸웠는데, 인민군이 대한민국 군경의 가족에게는 특히 가혹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학도병은 가족을 걱정해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그는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부산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한국 사회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이 책에는 193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또 다른 남성 이야기도 있다. 1947년 부산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간 그 또한 학도병으로 전선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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