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공공기관에도 어린이집 개방… 조기 복직하는 공무원 늘어나더라
“청장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7일 오전 경남 창원시 낙동강유역 환경청장실. 청사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19명이 한복을 입고 최종원(58) 청장에게 세배를 했다. 어린이집이 생긴 2013년부터 11년째 이어오는 낙동강청만의 ‘전통’이다. 아이 엄마·아빠인 낙동강청 직원들도 청장실에 모여 아이가 세배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고사리 손에 3000원씩 담긴 세뱃돈 봉투가 들렸다. 최 청장은 “어린이집 정원 39명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환경부는 한강과 금강, 낙동강, 영산강에 각각 유역환경청과 홍수통제소를 두고 있어 지방 근무가 잦은 부처 중 하나다. 갑자기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보육 문제가 가장 골치였다. 2011년 낙동강 청사를 리모델링할 때 24억원을 들여 어린이집을 지으려 했다. 그런데 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정원이 132명뿐인 지방청에 별도 어린이집을 만든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낙동강청뿐 아니라 인근 관공서에 다니는 공무원에게도 어린이집을 개방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창원세무서 자녀 1명이 다니는데 인근 병무청과 조달청, 노동청 공무원도 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집 아동수는 2013년 8명에서 2014년 13명, 2015년 20명까지 늘어난 후 2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육아 휴직 후 조기 복직하는 직원도 늘었다. 5살 아들을 둔 민들레(36) 주무관은 “맞벌이 부부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늦도록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그런 미안함을 줄일 수 있다”며 “아이도 엄마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2살 아들을 둔 김아람(35) 주무관도 “아이가 아플 때 바로 별관(어린이집)으로 달려가 대처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낙동강청 어린이집에 대한 반응이 좋다 보니 환경부는 2017년과 2020년 각각 한강청과 금강청에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5살과 2살 아이를 둔 박성주(35) 주무관은 “보육 문제가 해결되니 지방청 발령에 대한 직원들의 부담감도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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