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입시비리 7개 중 6개 유죄… 청와대 감찰 무마도 유죄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는 8일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의 혐의 13개 가운데 8개를 유죄로 봤고 형량도 ‘징역 2년’으로 같았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 펀드와 증거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혐의 7개 중 6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는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위조해 딸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2017년 최강욱 변호사가 준 허위 인턴 확인서를 아들의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냈고, 2018년에는 이를 다시 위조해 아들의 충북대 로스쿨 입시에 제출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부부가 대리 응시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 혐의 중 상당 부분은 아내 정경심씨와 함께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은 “사회 활동을 하느라 자녀들의 입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했지만 1심에서 입시 비리 7개 중 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충북대 로스쿨에 제출된 위조 인턴 확인서에 대해서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위조 사실을 몰랐다”며 무죄로 봤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2심에서 조 전 장관 부부는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대리 응시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담당 미국 교수를 증인 신청하기도 했다. 해당 교수가 “단순 암기 반복 중심의 난도 낮은 테스트로 전체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 내외”라는 의견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과 함께 혹은 아들을 대신해 문제를 풀게 되면 담당 교수의 성적 평가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업무방해가 맞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친문(親文) 인사들의 부탁을 받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금품 수수 비위 감찰을 중단시킨 직권남용 혐의도 받는다.
조 전 장관은 2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명의의 사실 조회 회신서를 제출했다. “감찰의 개시와 종료는 모두 민정수석의 권한으로 특감반에는 독립적인 권한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심은 “특감반은 사실 관계 확인 등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이 존재한다”며 “감찰 중단 지시는 정치권 인사들의 구명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으로 200만원씩 3차례, 총 600만원을 받은 데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도 기소됐다. 조 장관은 2심에서 ‘딸이 장학금을 받은 것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족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받더라도 직무 수행의 공정성에 의심을 부를 수 있는 경우 이 법을 적용하는 게 입법 취지”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민정수석 취임 후 코링크 PE사모펀드 등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이 주식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위계 공무 집행 방해 혐의 등에 대해선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후 1시 35분쯤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에 들어온 조 전 장관은 함께 기소된 아내 정경심씨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정씨는 다른 자녀 입시 비리 사건으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현재 가석방 상태다.
조 전 장관은 선고 전 방청석을 보며 미소 띤 채로 연신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고가 진행되면서 점점 표정이 굳었다. 재판부가 “조민의 장학금을 피고인(조국 전 장관)이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죄가 인정되는 대목에서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하자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검찰 독재를 막는 일에 나서겠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뒤 검은색 차량을 타고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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