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통령, 진솔한 생각 말해” 野 “반성 없는 빈껍데기 대담”
7일 밤 방영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을 두고 여당에선 평가가 엇갈렸다.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다음 날인 8일 오전까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가 14시간 만에 “재발 방지를 위한 단호한 노력뿐만 아니라 제2부속실 등의 제도 검토 언급에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당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반면 야당들은 “변명으로 시작해 자기 합리화로 끝낸 빈껍데기 대담”이라며 종일 비난을 쏟아냈다.
◇여당 “진솔한 입장... 평가는 국민이”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을 통해 밝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입장에 대해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세세한 발언 내용을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비롯해 윤 대통령이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 공작이 맞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우려할 만한 점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 제2부속실 및 특별감찰관, 당정관계, 거부권 행사 등등의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용호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충분치는 않지만 국민들에게 자신의 심정과 경위를 나름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민들께서 우려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오해와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는 분명하고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기 전에 지난 정부 영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진실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박은식 비대위원은 비대위 공개 발언에서 “본질이 저열한 몰카 공작이었을지라도 경호팀에서 걸러 줬었더라면, 파우치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애초에 단호하게 거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공개 발언 중에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던 김경율 비대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다섯 글자만 드리겠다. 대통령께서도 계속 ‘아쉽습니다’ 했는데 저도 똑같다”며 “아쉽습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어쨌든 백이 왔다 갔다 했다는 점에 대해선 국민들이 아주 곱게 안 보고 있다”며 “그런 점에 대해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은 털털하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아내 문제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한마디만 했어도 됐다”며 “사과도 하지 않고 ‘(부속실이)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다’고 한 건 최악이다”고 했다.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논평을 내기까지 뜸을 들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전날 대담이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사과가 없었고, 녹화 방송이라는 형식도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민생으로 이슈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정훈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을 해명하는 게 아니라 퍽퍽한 민생을 해결하는 게 지지율 반등의 열쇠”라며 “중도층이 지지해야 지지율이 올라간다. 철저하게 이익 투표를 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야당 “변명, 빈껍데기 대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에 대해 “대통령실이 설 연휴 전에 ‘명품백 의혹 끊어내기’를 노렸지만 오히려 설 민심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사과조차 없었고, 심지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 했다”며 “매정하게 끊지 못해서, 그게 뇌물인 것”이라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번 대담에서 ‘명품백’이 아닌 ‘조그마한 백’ ‘파우치’ 등의 용어가 사용된 데 대해 “파우치라고 우기면 뇌물이 아니냐,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책임은 박민 KBS 사장에게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방송 직후 “검사 시절의 대통령이 지금 대통령 부인과 가족을 대하는 잣대로 수사를 했다면 절대 스타 검사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실망을 넘어 충격”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소통하면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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