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行 3전4기 윌로우 “승부욕만큼은 아빠 쏙 닮아”
“V리그서도 통한다는걸 증명할것”
김연경 “팀에 꼭 필요한 캐릭터”
아빠는 MLB의 전설적 왼손투수
경기 용인시 흥국생명 연습 체육관에서 최근 만난 윌로우 존슨(26)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레전드 투수’ 랜디 존슨(61)이 그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2009년 은퇴하기 전까지 MLB 역사상 키(208cm)가 가장 큰 선수였다. 윌로우는 키 191cm이고 아버지와 같은 왼손잡이다. 한국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에 입단한 윌로우는 등번호 51번을 달고 뛴다. 아버지가 선수 시절 달았던 번호다. 랜디 존슨이 뛰었던 MLB 애리조나 구단은 이 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남겼다. 윌로우는 “프로 선수가 되고 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를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MLB에서 22년간 뛰면서 통산 303승(166패) 평균자책점 3.29의 기록을 남긴 레전드다.
윌로우는 존슨의 네 자녀 중 셋째 딸이다. 어려서부터 배구 말고도 농구, 소프트볼, 수영, 체조, 축구 등 여러 운동을 했다. 아버지는 딸에게 ‘팀 정신’을 늘 강조했다. 윌로우는 미국 오리건대 재학 시절부터 ‘랜디 존슨의 딸’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학 배구 스타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한국 프로배구 V리그에 입성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윌로우는 대학 졸업반이던 2020년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참가를 신청했다가 튀르키예 리그 닐뤼페르에 입단하면서 신청을 철회했다. 튀르키예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던 윌로우는 미국에 단기 프로 리그가 생기자 고향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 뛰면서 2022년과 지난해에도 KOVO 트라이아웃(선수 공개 평가)에 참가했는데 그를 지명한 팀이 없었다. 당시 윌로우는 큰 키에 비해 공격 타점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행에 실패한 윌로우는 이번 달에 개막하는 미국 리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흥국생명의 러브콜을 받았다. 흥국생명은 부진에 빠진 외국인 선수 옐레나(27)를 대신할 선수를 찾고 있었다. 윌로우는 “전에도 세 번이나 도전했던 만큼 이번엔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V리그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윌로우는 V리그 데뷔 후 첫 두 경기에서 36득점에 공격 성공률 45.2%를 기록하며 팀에 녹아들고 있다. 오퍼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득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팀 동료 김연경(36·아웃사이드 히터)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기엔 충분하다. 윌로우는 공을 끊어 때리는 스타일이어서 스파이크 구질이 까다로운 편이다. 공격 루트도 다양하고 점프할 때 완급 조절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격이 밝고 쾌활해 팀 동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김연경은 윌로우를 두고 “팀에 아주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우리 팀에 꼭 필요했던 캐릭터”라고 했다.
윌로우는 “분홍색을 좋아한다. 작년엔 분홍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도 했다. 흥국생명의 분홍색 유니폼을 입게 된 게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또 좋은 선수이자 동료로 매일매일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부 2위 흥국생명은 윌로우가 합류한 이후 첫 두 경기에서 내리 3-0 완승을 거두고 선두 현대건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존슨도 네 자녀 중 유일한 프로 선수인 셋째 딸의 도전을 응원했다. 윌로우는 “아버지가 ‘시간은 짧다. 모든 순간을 즐기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해 주셨다”며 “한국에 온 뒤 (한국도로공사와) 첫 경기를 하는데 아버지의 유니폼을 들고 온 팬이 관중석에 있었다. 한국에도 아버지 팬이 많아 놀랐다. 아버지를 사랑하던 팬들이 앞으로 나와 흥국생명을 응원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랜디 존슨도 딸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 방문을 계획 중이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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