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 묻는 질문에 웃으며 “나이스 퀘스천”, ‘원격 근무’ 고집까지···성난 여론 부채질하는 클린스만 감독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다).” ‘사퇴 의사가 있나. 계속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는 첫 질문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퇴 요구 여론을 일축했다.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 본진이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거듭된 졸전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사퇴 여론이 높아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장을 나서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에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몇몇 팬들 사이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고, “이게 축구야!”라거나 “집에 가”라고 소리치는 팬들도 있었다. 작은 엿이 몇 개 날아들기도 했다.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7일 요르단과의 대회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8강 호주전에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4강에 올랐지만,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대표팀은 6경기를 치르면서 매 경기 실점하며 무려 10골을 허용했다. 한 수 아래 상대로 여겨졌던 요르단에도 유효슈팅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역사상 처음으로 패했다.
전술적으로 낙제점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팀을 이끌고 있어 행복하다. 저도 여러분만큼 아시안컵 우승을 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기에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표팀 지휘봉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성장 과정에 있다. 어린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키는 등 지난 1년 동안 성장하면서 새로 발견한 부분도 있다. 대표팀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거리감 있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 ‘재택(원격) 근무’ 논란으로 비판받기도 했음에도 기존 업무 방식을 고수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다음주 출국해 짧은 휴식을 가진 뒤 유럽으로 넘어가 선수들을 둘러볼 예정”이라면서 “월드컵 예선이 있기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출장을 비롯한 여러 업무를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많은 지적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의견을 존중하지만, 제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도 현지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긍정적인 것은 물론 보완해야 하는, 안 좋은 점도 많이 얘기했다”면서 “3월 태국과의 2연전을 비롯해 앞으로 준비할 것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아시안컵을 돌아보고 국가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대표팀의 다음 일정은 3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5-0), 중국(3-0)과의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둬 C조 선두(승점 6점)에 오른 우리나라는 3월21일 태국과 홈 경기를 치른 뒤 26일엔 태국 원정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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