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집사' 국민연금, 소유분산기업 CEO 교체기마다 존재감…'관치' 논란도
전문가 "기업 이익 극대화 목표 잊지 말아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확정하고, 선임안을 3월 정기주주총회에 올린다. 이번 선임 절차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KT 회장 선임 절차에 이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발휘했다. 소유분산기업의 CEO 교체기마다 국민연금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온다.
후추위는 지난 7~8일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등 파이널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대면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로 장 전 사장을 확정했다.
차기 회장 선임안은 내달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올라간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6.7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후추위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KT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참여)는 2016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책임을 공표하며 도입됐다. 이후 2018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 방안이 심의·의결돼 체제가 정립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참여해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주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지침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 지분 5% 이상 보유하면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와 일반 투자, 경영 참여 등으로 밝혀야 한다.
단순 투자는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고 단순 의결권만 행사하는 반면 일반 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 해임 청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영 참여는 회사 임원 선·해임 등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스튜어드십 코드 목적 자체는 '기업 이익 극대화'지만, 국민연금 이사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정치권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위치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역대 국민연금 이사장 경력을 보면 장·차관 출신이 많다.
국민연금이 그릇된 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태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 지분을 11% 보유하던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표를 던지게 압력을 가한 혐의가 2022년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돼 실형이 확정됐다.
최근에도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돋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소유분산기업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을 반대했다. 이사회가 다시 공모 절차를 밟아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이 후보로 올랐으나, 국민연금이 거듭 반대하며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초기부터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인터뷰를 통해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후추위는 최정우 현 회장을 내부 후보에서 제외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당한 주주권 행사가 아닌 비공식적인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이해 상충' 논란을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출범했다. 자문위는 예민한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문위원 일부가 이해관계자라는 논란이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주주로 있는 기업 실적과 그에 따른 재정을 튼튼히 확보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논리에 매몰돼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결정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하겠다는 것은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일로,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기업 이익의 극대화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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