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직도 탄내 진동하는 서천특화시장…상인들 '한숨'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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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특화시장 농산물동 임시 개장합니다.'
설 명절을 맞아 수산물을 파는 상인과 손님 간에 가격 흥정으로 시끌벅적했어야 할 자리에는 까맣게 탄 자재들과 늘어진 전선들이 채우고 있었고, 차갑게 부는 바람에 비린내보다는 탄내만 진동했다.
그렇게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서천수산물특화시장' 간판과 상인들의 한숨만 남았다.
농산물동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A 씨는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이 야채를 구매할 때마다 연신 "감사하다"며 당근 하나라도 더 넣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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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 서천특화시장 재건축 예정
[더팩트 | 서천=김아영 기자] '서천특화시장 농산물동 임시 개장합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입구에는 임시 개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현수막을 지나 새까맣게 탄 수산물동이 눈에 들어왔다. '붕괴 위험이 있어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된 펜스에 둘러싸인 채 철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 명절을 맞아 수산물을 파는 상인과 손님 간에 가격 흥정으로 시끌벅적했어야 할 자리에는 까맣게 탄 자재들과 늘어진 전선들이 채우고 있었고, 차갑게 부는 바람에 비린내보다는 탄내만 진동했다.
그렇게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서천수산물특화시장' 간판과 상인들의 한숨만 남았다.
불로 수산물동은 전부 타버렸지만 다행히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으로는 옮겨붙진 않았다. 하지만 전기와 가스 등이 끊겨 함께 영업이 중단됐다.
긴급 보수 공사를 벌여 약 2주 만인 지난 5일부터 문을 열었다. 명절 전에 다시 문을 열어 다행이긴 하지만 그사이 설 대목은 지나 시장은 한가로웠다. 수산물을 사러 왔다가 농산물까지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산물동이 없어지니 손님이 뚝 끊겼다. 농산물동에는 수십 개의 점포가 있지만 손님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농산물동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A 씨는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이 야채를 구매할 때마다 연신 "감사하다"며 당근 하나라도 더 넣어주기도 했다. A 씨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그땐 이미 수산물동이 다 탄 뒤였다. 상인들의 걱정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불은 삽시간에 수산물동을 집어삼켰다. 함께 동고동락해 온 수산물동 상인들 걱정에 잠도 한숨 못 자고 밤을 지새웠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A씨의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다.
A 씨는 "이곳에서 장사를 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큰불은 처음"이라며 "평소였으면 북적북적해야 할 때인데 작년보다 절반 넘게 손님이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보통 명절 열흘 전부터 장을 보는데 그때 우리가 문을 닫아서 인근 부여나 군산에 가서 장을 봤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단골들은 찾아주시고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과일을 파는 상인 B 씨도 "집이 근처여서 불이 나자마자 나왔는데 타들어 가고 있었다"며 "바람이 이쪽으로 불지 않아서 불은 안 옮겨붙어 다행이지만 13일쯤 장사를 못 해 그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산물 덕분에 농산물도 함께 팔리는 건데 손님이 뚝 떨어져 걱정"이라며 "지금쯤이면 손님으로 바글바글해야 할 때인데 텅 빈 시장을 보고 있으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함께 문을 연 먹거리동도 한가로운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상인들은 점포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님만을 기다렸다.
한 점포에서 누룽지를 만드느라 탄내가 나자 인근 상인들이 달려와 "또 불날까 봐 무섭다. 누룽지 잘 살피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도 했다.
먹거리동 곳곳에는 피해 상인들을 돕기 위한 지원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먹거리동 2층에 마련된 피해 상인 통합대책지원센터에서는 KT와 CMB, 하나은행 등이 통신과 대출금리 등의 안내를 했다. 국립공주병원 충청권 트라우마센터는 피해 상인들 심리 회복을 위해 마음 안심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서천군은 오는 2025년 12월까지 서천특화시장 재건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수산물동 철거를 위해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며, 15일쯤 업체를 발주한 뒤 철거에 들어간다. 임시시장은 서쪽 주차장 일원에 2개동 5942㎡ 규모로 오는 4월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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