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클린스만 감독 "우승 못 했지만 긍정적 부분도 많아"
"옳은 방향으로 성장 중…월드컵 예선 잘 준비"
(인천공항=뉴스1) 안영준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을 졸전 끝에 마친 뒤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포함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정을 마무리하고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유효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최악의 졸전 끝에 0-2로 패배, 64년 만의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26명의 선수 중 이날 귀국한 선수는 조현우(울산), 김태환(전북),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설영우(울산) 등 13명이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등 나머지 13명은 카타르에서 곧바로 각 소속 팀으로 복귀했다.
요르단전 참패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선수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이며 어두운 표정이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변함없이 밝은 표정으로 팬들과 관계자에게 인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나와 선수들 모두 여러분들만큼 우승하고 싶었다. 비록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준결승 이전까지는 좋은 결과로 보답을 드렸다"면서 "긍정적인 부분들을 잘 생각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유임 의사를 피력했다.
일각에선 클린스만 감독이 그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 집중하며 재택근무를 한 점 등 다소 불성실했던 태도가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비판은 존중하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팬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팀을 이끌 수 있어서 행복하게 생각한다. 나도 여러분만큼이나 우승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르단전에서 패하면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래도 요르단전 전까지는 결과를 냈다. 요르단전 전까지는 13경기 무패라는 좋은 결과도 있었고, 긍정적인 부분과 성공적인 부분들도 많았다. 지금은 그런 부분들을 참고해서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10골을 실점한 건 유례를 찾기 힘든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지? ▶일단 4강까지 진출했다는 점에서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시안컵이 얼마나 어려운 대회였는지 느끼고 왔다. 중동에서 열리다보니 중동의 홈 분위기였고, 우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고전했다. 그래도 4강까지 오른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요르단전처럼 유효 슈팅이 없던 경기가 있나? ▶우리가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상대의 거친 수비와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영상으로 다시 봐도 상당히 화가 나고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지난 대회에선 8강에서 탈락했지만 벤투 전 감독을 향한 비난이 이렇게 세지 않았다. 4강에 오르고도 비난이 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1년 동안 우리가 분명히 성장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지난 1년 동안 젊은 선수들을 조금씩 팀에 합류시키고 출전 시간도 늘려가면서 새로운 성장도 확인했다.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다. 사우디와의 16강전,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극적인 승부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셨다. 반대로 패하고 탈락하게 되면 여론도 바뀔 수밖에 없다. (사임 요구 등) 극단적인 발언도 나온다.
축구인으로 40년 동안 살면서 좋지 못한 결과에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잘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앞으로 대표팀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는데? ▶손흥민과는 지속적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손흥민은 우리의 주장이자 리더다. 많은 것을 갖춘, 좋은 선수다. 손흥민 역시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고 한국으로 오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손흥민은 당연히 3월에도 대표팀 주장으로 합류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손흥민이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트로피를 올릴 기회를 다시 갖기를 응원한다.
-대회를 마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이야기한 게 있는지? ▶현지에서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대회에서 얻은 긍정적인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당장 코앞에 다가온 태국과의 2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가올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주 쯤 출국해 짧은 휴식을 한 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예정이다. 물론 3월에 다시 대표팀 경기가 있기 때문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재택근무 등 기존의 업무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국가대표팀 감독은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여러분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맞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하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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