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귀국한 클린스만 "실패 아냐…손흥민 은퇴 없다"[일문일답]
"요르단이 훨씬 잘해…긍정적인 부분 많아"
[인천공항=뉴시스]안경남 기자 = 졸전 끝에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도 웃으며 이번 아시안컵은 실패가 아니라고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손흥민(토트넘) 등 일부 유럽파가 곧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한 가운데 국내파 위주 10여 명 선수와 코치진, 스태프 등이 함께 들어왔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에도 웃으며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클린스만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도 팬 여러분들만큼 우승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르단과 경기에서 패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진 결과를 가져오고 좋은 경기로 보답했다.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오를 충분한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부임 후 요르단전 패배까지 1년 동안 13경기 무패를 이어왔다. 또 이번 대회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치른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해 탈락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전략과 전술의 부재로 비판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3-3으로 겨우 비겼고, 87위 요르단과는 2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준결승 진출에도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경질론이 커지는 이유다.
그런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4강에 진출했고, 이것이 실패하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이번 대회는 매우 어려운 대회였다. 중동에서 대회가 개최돼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팀들도 상당히 고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지 못한 결과면 비판을 받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중요한 건 긍정적인 부분들이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저는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요르단전 충격패 후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캡틴' 손흥민(토트넘)에 대해선 "우리 팀의 주장이고 리더다. 그런 선수가 결승에 못 가고 우승컵을 못 가져와 힘들었을 것"이라고 감쌌다.
그러면서 "3월 북중미월드컵 예선 때도 주장으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며 계속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 팀을 이끌고 있어서 상당히 행복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저도 여러분들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과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원하는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저희가 결과를 가져오고 또 좋은 결과로 보답을 드렸는데, 요르단전 분명히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만났을 땐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 요르단이 결승에 진출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르단 경기 전까지 1년 동안 제가 대표팀 감독 부임한 뒤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그런 결과들도 있었다. 물론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다. 감독으로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선수 개개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좋았던 점들도 있었고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대회에서 10골을 실점한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우리 축구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런 문제가 왜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또 수비에서 특히 이런 문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일단은 그래도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얼마나 어려운 대회였는지 몸소 느끼고 왔다. 중동에서 개최되다 보니 많은 동아시아팀, 저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도 중동 팀들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중동 팀들이 현지에서 홈 경기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감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선수들도 칭찬해주고 싶다. 어쨌든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국민, 또 현장에서 많은 한국 축구 팬들과 많은 언론들이 오셔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만큼 저도, 저희도 이번 대회를 너무나 우승하고 싶었다.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을 하고 싶다."
-2019년 아시안컵 때 8강에서 탈락했음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4강에 올랐음에도 사퇴가 경질 얘기가 나올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지난 1년 동안 저희의 그런 성장 과정을 좀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저희가 또 성장하고 또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많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부임한 이후 어린 선수들을 조금씩 팀에 합류시키고 출전 시간도 늘려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 축구를 통해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그리고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저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아마 많은 분이 행복해하셨을 거고, 많은 분이 또 큰 기대를 하셨을 거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그런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을 거로 생각한다."
"반대로 당연히 대회에서 이렇게 패배를 안고 돌아오게 되면, 또 대회에서 탈락하게 되면 여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더 부정적으로, 진짜 극단적인 발언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축구인으로서 40년 동안 축구 생활을 하면서 이런 감정 기복, 축구를 통해서 행복한 순간만큼 경기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을 때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또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 그런 비판을 저희가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는 저희로서도 당연히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긍정적인 부분들, 또 성장하는 그런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 팀이 저는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손흥민에게 '아무리 유명해도 우승컵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또 손흥민이 대표팀을 더 안 할 수도 있다고 인터뷰도 했다.
"손흥민 선수와는 지속해서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도 우리 팀의 주장이고, 우리 팀의 리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 주장이고 리더이기 전에 세계적인 축구 선수이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갖춘, 너무나 좋은 선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리더가, 특히 이런 세계적인 선수가 대회에서 아쉽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또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손흥민 역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꿈을 꿨을 텐데, 아마도 그러지 못한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3월에도 당연히 저희 팀의 주장으로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기간 잘 준비해서 새로운 목표를 또 같이 써나갔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건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서 우승 트로피는 이번에 아쉽게 놓쳤지만, 계속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를 응원하겠다."
-대회가 끝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거취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게 있는지.
"정몽규 회장님과는 현지에서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특히 대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회를 치르면서 저희가 봤던 긍정적인 얘기들도 많이 했다. 한 경기 한 경기 분석을 시작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안 좋았던 점들, 아까 말씀하셨던 실점이 많았던 부분들은 분명히 저희가 보완을 해야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앞으로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당장 코앞에 다가온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앞으로 저희가 다가올 월드컵 예선에서 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계획은. 또 해외로 나갈 것인가.
"일단 다음 주쯤 출국할 예정이다.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나 다른 선수들의 일정을 본 뒤 경기를 볼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월드컵 2차 예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일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많은 출장과 많은 업무들을 프로팀 감독과는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맞지 않다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생각,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하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 또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금까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한 경기가 있었나.
"요르단과의 경기를 다시 보고도 느꼈지만 저희가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상대의 수비에 고전했고, 상대의 거친 수비와 밀집 수비에 상당히 고전했다. 이런 수비에 상당히 고전하는 경기를 처음 해본 건 아니지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이런 상대를 만났을 때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해봐야 할 것 같다. 요르단전은 영상을 다시 봐도 상당히 화가 나고 많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요르단전에서 전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건 잘 알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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