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그리고 철강 밖 신 기술"…'언더독' 장인화, 포스코 회장 후보로

안정준 기자 2024. 2. 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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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철강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으면 뒤로 밀립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의 평소 지론이다. 철강 전문가로서, 그리고 그룹 신사업을 총괄한 연구원 출신 인물로서 철강과 철강 밖 기술의 두 날개로 포스코가 날아야 한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포스코 맨'이지만 '철강'에만 쏠리지 않은 그의 경험이 예상 밖 결과를 만들었다. 포스코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 등으로 외부 출신 최종 후보 가능성이 높아보였지만 결론은 균형잡힌 '내부인'이었다.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도 집안살림에 밝은 포스코 출신이 적임이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8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장 전 사장을 포스코그룹의 회장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하고,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장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했다.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 및 신사업분야 최고 전문가다. 또 2018년 당시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신사업과 마케팅 및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장인화 후보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잘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내외부 6명의 후보군이 확정됐을 때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 외부 후보자가 유력하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호화 해외 이사회에 사내·외 이사들이 참석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큰 만큼 포스코 내부 인사를 추천할 명분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포스코그룹이 이미 철강을 넘어 다양한 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갖춘 외부 인물이 적임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후추위는 내부 후보를 골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부 인물이 그룹을 이끈 전례가 사실상 없었고,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으려면 포스코에 뿌리를 둔 인물이 그래도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최종후보 발표를 앞두고 포스코 노동조합은 포스코의 근간이 철강산업인 만큼 기존 사업을 잘 아는 인물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인사를 선택할 경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동안의 논란을 고려해 최종 후보 선택에 나름 절충점을 찾은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장 전 사장은 그룹사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포스코 임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철강 부문장 등을 맡으며 본업에 대한 전문성도 쌓았지만 철강업만 경험한 게 아니다. 신사업과 기술투자 등 업무를 관장하며 철강 외 사업 역량도 갖췄다. 과거 비판의 대상이 된 전형적 '포피아'(포스코 내 서울대 공대 출신+마피아의 합성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즉 내부 출신 3명의 후보군 중에선 상대적으로 포피아의 색깔이 덜한 셈이다. 장 전 사장은 포스코의 핵심 미래먹거리인 이차전지 소재와도 연이 깊다. 기술투자본부장과 기술연구원장을 겸하던 2016~2017년 리튬 생산설비 투자와 구축을 이끌었다. 리튬 생산은 그가 앞서 거쳐간 RIST가 신성장사업으로 장기간 준비한 사업이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장 전 사장을 '호화 해외 출장'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장 전 사장을 최종 후보로 택한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전원도 경찰 조사를 받는다. 장 전 사장을 포스코 그룹 회장에 공식 추대할 오는 3월 21일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포스코의 차기 회장 인선에 문제를 제기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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