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없다’ 의사 반발에 총공세 나선 尹정부

이혜영 기자 2024. 2. 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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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등 의사 단체 집단행동 예의주시하며 연일 ‘경고장’
‘사직서·휴대전화 종료’ 무력화 예고…“국민들 현혹되지 말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2월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을 향한 경고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의사 단체에 '대화'를 타전하면서도 초점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동력 분산에 맞춘 모양새다. 업무개시명령 무력화를 위한 의사들의 반격 퇴로를 모두 막은 정부는 "2020년과는 다르다"며 후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8일 민방위복을 입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진행하며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집단행동에는 강경 대응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돼 더 강화된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국무총리 주재 중대본이 꾸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리가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회의를 주재하면 각 부처와 지자체까지 포괄해 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며 "그 단계까지 계획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직서·휴대폰 종료 무력화…병원에도 '연대 책임'

의사들의 진료 거부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때를 대비한 후속 조치도 충분히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공의(수련병원 인턴·레지던트)를 중심으로 사표 제출이나 휴대폰 전원 종료 등의 대응이 있을 경우 이에 상응한 법적 조치가 따를 것임을 분명히했다.  

박 차관은 "집단행동이 일어나 의료진이 현장에서 이탈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본인에게 반드시 송달돼야 하는데 문자·우편 등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편과 문자를 받지 않고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으면 도달이 안되지만 그렇다고 업무개시명령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블랙아웃으로 전화기를 꺼놔도 문자를 보내면 송달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기 위해 개인 휴대폰 등을 끄더라도 발송 자체로 송달 효과가 발생, 이에 불응할 경우 처벌 역시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집단 사표 제출을 막기 위해 이미 주요 병원에 '사직서 수리 불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병원 차원에서 이를 막을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행정조치'를 언급하며 병원을 동시 압박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련병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를 잘 관리하고,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만큼 그 의무가 지켜지지 않으면 수련병원 해제 같은 행정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집단행동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병원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2020년 의사 총파업 당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투쟁의 구심점이 됐던 만큼 초반 강경 대응으로 동력을 상실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설 연휴 이후 전공의 단체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조직적 반발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선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위해 전공의 1만5000명에 대한 연락처 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정부는 의료계 일각의 우려처럼 개인 연락처를 불법으로 파악하지 않는다며 법률에 근거한 방식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집단 사직'으로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박 차관은 ""몇 명부터'라는 규정은 없지만, 기계적으로 따지면 2명 이상"이라며 의대 증원에 대한 항의성 사직과 개인 사정을 구분해 처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료계 '우려·비판' 조목조목 '반박'

의사 단체가 의대 증원을 두고 '비과학적' '의료 교육 질 저하' '공멸' 등의 맹비난을 쏟는데 대해서도 "허위"라며 적극 반박했다. 

박 차관은 "역대 정부에서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증원을 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며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 반대에 밀려 정원을 감축한 이후 19년 간 정체했고, 그 이후로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원 규모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라며 "정부가 제시한 규모가 과학적이지 않다면 과연 어떤 것이 과학적인지 되묻겠다"고 반문했다.

의학 교육 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증원이 돼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는 없다"며 "40개 의과대학의 교육역량을 평가했고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 2년의 예과 과정이 있기 때문에 보완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의대 쏠림 우려에 대해선 의대증원 2000명이 공학·자연계열 정원 12만4000명의 1.6%에 불과하다며 쏠림이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를 중단해주시기 바라며 국민들께서도 현혹되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재검토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환자와 환자 가족, 의료진 입장에서도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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