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테러 속 총선투표 실시…샤리프 전총리 '승리' 자신(종합2보)
당국, 치안악화에 휴대전화 서비스 중단…정치권 "정보접근권 강탈"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경제난과 정치 불안, 테러 등으로 혼란한 남아시아 파키스탄에서 8일(현지시간) 총선 투표가 실시됐다.
투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시됐다.
유권자 1억2천800만여명이 임기 5년의 연방하원 의원 266명을 직접 뽑는다.
여성과 종교 소수자 몫으로 배당된 하원 70석은 5% 이상 득표 정당들이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가진다.
펀자브주 등 4개 주 주의회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총선 결과는 다음날인 9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감된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선거운동을 제한당한데다 무장괴한들의 테러와 정치권 다툼에 대한 냉소주의 등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작년 8월 하원 해산 후 헌법에 따라 90일 이내인 같은 해 11월 이전에 치러졌어야 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인구조사 결과에 따른 선거구 조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총선 일정 결정을 미루다가 결국 대법원 개입으로 총선일이 올해 2월 8일로 확정됐다.
총선은 구조개혁 지연 등에 따른 경제난과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다.
총선 투표를 방해하려는 무장괴한들의 테러는 총선 전날과 당일에도 이어졌다.
총선 하루 전인 전날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에서는 총선 후보 사무소 두 곳 부근에서 잇따라 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
당일에는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에서 경찰 승합차를 향해 무장괴한들이 폭탄을 터트린 뒤 총을 쏴 경찰관 5명이 숨지는 등 전국적으로 적어도 8명의 치안담당 병력이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9만여개 투표소에 군경 등 치안 병력 65만여명을 배치했다.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악화하는 치안상황을 고려해 전국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언제까지 중단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소통과 정보접근권이 강탈됐다며 서비스 즉각 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총선에선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파키스탄 '실세'로 평가받는 군부의 지원을 받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일찌감치 나온 상태다.
그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가 승리하면 그는 네 번째로 총리직을 맡게 된다.
샤리프 전 총리는 이날 동부도시 라호르의 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취재진에 군부와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나는 군부와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립정부 이야기는 제발 하지 말라달라"며 자당의 과반 의석 확보에 자신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PTI도 언론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PTI를 창당한 칸 전 총리는 2018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뒤 외교정책 등에서 군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이후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
칸 전 총리는 작년 8월 부패 혐의로 3년형을 받고 수감된 가운데 지난주에만 세 차례나 잇따라 추가 징역형 선고를 받았다.
총선 출마가 좌절된 그는 파키스탄에선 유례가 없는 온라인 집회를 열어 지지 세력인 젊은 층에 다가갔다.
그는 교도소에서 우편 투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PTI 측은 전날 취재진에 군부가 자신들이 바라는 결과를 얻고자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군부를 직격했다.
이밖에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이끄는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도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
자르다리는 파키스탄의 첫 여성 총리인 베나지르 부토의 아들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 재임 시절 외교부 장관(2022년 4월∼2023년 8월)을 맡기도 했다.
당국이 PTI의 정당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PTI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 군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이번 총선이 군부 개입 등으로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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